브런치 스토리 작가가 되기까지
[편안함이 합격의 비결]
브런치 스토리는 딸을 통해 알게 됐다.
평소에 글쓰기를 좋아해서 블러그나 카카오스토리에 꾸준히 일상을 공유했다.
별것 아닌 삶의 이야기도 남들이 보기에는 재미있었나 보다.
누구나 그런 게 있지 않은가.
길을 지나다가 우연히 현관문이나 창문이 열려 있는 집을 보면 내부를 들여다보고 싶은 호기심.
아마도 그런 종류의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엄마를 딸은 이렇게 열정적으로 응원해주니 나도 힘이 난다.
어제는 내가 쓴 글에 응원하기로 후원을 받아서 딸에게 자랑했더니 장본인이 자신이라고 해서 순간적으로 김이 새긴 했지만 그래도 자식에게 인정 받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처음 브런치스토리를 알게 됐을 때는 좀 의아했다.
'내가 글을 올리고 싶으면 올리는 것이지 작가 심사는 무슨?'
익숙지 않은 시스템에 살짝 반감도 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심사에서 탈락하고 나니 기분도 상했다.
'까짓 거 안 하면 그만이지 뭘 이렇게까지...'
그런데 사람 마음이 간사하기 짝이 없다.
포기하면 그만인데 이상하게 오기가 발동했다.
두 번째 도전 역시 탈락했다.
그즈음 중고어플을 통해 글쓰기 모임을 알게 되었는데 모임의 소개글이 내 관심을 확 끌어당겼다.
'브런치 스토리 작가에 합격하는 글쓰기'
원데이클래스로 진행되는 수업이라 부담 없이 결제했다.
주말로 잡힌 수업일에 설렘 가득 안고 약속장소로 출발했다.
장소는 주최자의 아파트였는데 초등학교 교사인 독신여성의 집이었다.
자기가 사는 집을 오픈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일 텐데 겁도 없이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초대했느냐고 했더니 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믿는다고 했다.
물론 모인 서너 명 모두 여자였다.
나름대로 몇 가지 자료도 준비했고 자신의 브런치 주소까지 소개해주며 올린 글을 참고하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나는 글재주가 없어서 안되나 보다 생각하며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냥 카카오스토리나 충실하게 쓰자 하고 포기했다.
한참 후 문득.
또 브런치 스토리 생각이 났다.
왜 이렇게 미련이 남는 건지...
이번엔 그냥 편하게 응모했다.
카카오스토리에 썼던 글 중 몇 개의 글을 뽑아 조금 손질해서 올렸다.
그리고 별 기대 없이 며칠이 지나고 혹시나 싶어 브런치스토리 로그인을 했더니 이미 며칠 전에 작가선정 축하 메시지가 와 있었다.
'뭐지? 이번엔 그냥 편하게 써서 보냈는데...'
그때 알았다.
어딘가에 응모를 한다고 하면 내 글은 잔뜩 긴장한다.
심사위원의 눈에 들고 싶어서 맞지 않는 옷과 신발을 어색하게 입은 사람처럼 글이 뭔가 굳어 있다.
'안 읽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혼자 끄적거릴때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쓰지만 누군가가 반드시 볼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때부터 머릿속도 하얘진다.
마지막 글을 보낼 때는 평소에 편하게 썼던 카카오 스토리 글에 살을 붙이고 간단한 수정과정만 거쳤더니 글도 편하게 읽혔던 것 같다.
눈에 띄고 싶고 돋보이고 싶은 노력은 오히려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나보다.
'예의'라는 생각으로 하는 가식적인 말과 행동도 마찬가지다.
가끔 연예인들의 꾸미지 않은 평범한 모습을 보면 친근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만큼 솔직하기 때문일 것이다.
솔직함만큼 상대방을 편하게 하는게 또 있을까.
나를 솔직하게 보이기 위해 필명을 사용한다.
환갑이 다 된 나이에 최저임금을 받으면서도 즐겁게 사는 아줌마의 삶도 누군가에게는 약이 되었다가, 웃음이 되었다가 할꺼라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