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적 소통 대신 선택적 거리 두기
이 글은 팀장이 팀원과 건강하게 일하는 법을 고민하며 쓴 글입니다.
하지만 혹시 지금 당신이 팀장님과 소통이 잘 안된다고 느끼는 순간이 많다면
반대편 시선에서 이 글을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 거예요.
회의 시간에 누군가를 향해 날카로운 말을 던지거나,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행동은 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 관계는 더 애매합니다. 무례한 것도 아닌데 자꾸 마음이 불편해지는 사이. 예를 들어, 회의 중에 맥락과 상관없는 얘기를 반복하거나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고 본인의 기준만 고집하는 팀원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괜히 내가 민감한 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어 스스로를 검열하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말보다, 그로 인해 내가 어떤 감정을 견디고 있는지가 더 피곤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입니다.
사실 직장에는 이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습니다. 눈치가 없는 말, 미묘한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는 대응, 의도치 않은 실례. 단지 사회적 맥락을 잘 읽지 못하는 것일 뿐인데, 매번 관계의 중심에서 고민하게 만듭니다.
정면으로 지적하자니 그 사람이 상처받을까 조심스럽고, 참고 넘기자니 나만 속이 상하고 어느 쪽으로도 정답이 없어 보입니다. 무례하게 구는 사람보다 오히려 이렇게 경계가 흐릿한 사람과의 관계가 더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상대를 바꿔보려 했습니다. 돌려서 말해보고 직접 지적도 해보고, ‘이럴 땐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는 피드백도 건넸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상대방은 억울해했고, 저는 괜히 예민한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왜 저럴까?'를 묻는 대신, '내가 어떻게 덜 힘들 수 있을까?'에 집중하기로요. 그 사람이 바뀌지 않더라도, 제가 에너지 소모를 줄이는 방식은 선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후로는 업무 외의 대화는 최소화하고, 대화 범위도 선을 정했습니다. 공감이나 감정 교류를 기대하지 않고, 기능적인 커뮤니케이션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소통의 깊이를 조절하니, 예상치 못한 말에 상처받는 일도 줄어들었습니다. 무시하거나 피하려는 게 아닙니다. 다만 기대하지 않는 만큼 흔들리지 않게 되는 감정의 거리가 생겼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괜찮은 건 아닙니다. 회의 중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말에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기도 하고 상황을 못 읽는 행동에 민망함이 대신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저를 지키기 위해 적당한 거리두기를 선택합니다. 이 관계는 잘 해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혜롭게 조절해야 할 대상이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모든 팀원과 깊이 연결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군가와는 ‘괜찮은 동료’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 것이 결국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무례하지 않지만 사회적인 맥락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과 일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내 감정의 경계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그 경계를 명확히 지키기 위해 연습합니다. 상대를 바꾸려는 방어적 소통 대신 내 마음을 지키는 선택적 거리 두기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