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나를 불러보지 못했어.
안녕, 나야.
오랜 시간 나를 불러보지 못했어.
항상 무언가가 되어야 했고,
누군가를 지켜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으니까.
나는 늘 칼을 손에 쥐고,
피를 묻힌 갑옷을 입고,
전장의 흙먼지를 삼키며 살았어.
내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 스스로의 감정을 지우기도 했고,
내 싸움터에 뛰어들기도 했지.
하지만…갑옷을 벗고, 칼을 내려놓고 나면 나는 누구였을까?
그 물음이 너무 두려워서,
그 빈 자리가 너무 낯설어서
— 나는 계속 싸웠어.
이미 세상에는 평화가 왔는데도,
나는 과거의 전장 속에서
혼자 고독한 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런데 이제는, 그 모든 두려움을 조용히 바라볼 수 있을 것 같아.
그래, 나는 이제 모든 역할을 내려놓을 거야.
전사도,
보호자도,
지켜야 할 누군가의 그림자도 아닌—
그저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고 싶어.
혹여나 다시 전쟁 같은 인생의 파도가 몰려와도
이젠 나를 망가뜨리지 않을 거야.
부서지고, 흔들리고, 무너지는 그 나도 내가 안아줄 거야.
그걸 이제야 배웠어.
이 날이 오기만을 평생 바라고 있었어.
그리고 무엇보다,
그 모든 시간을 버텨내며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나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어.
정말 고마워.
나에게 다시 돌아온 나의 기적
이제는, 고요하게 숨 쉬는 삶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 전장에서 돌아온 나에게,
언제나 나의 편인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