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감상 - 유전,
가장 폭력적인 공포 영화

심리적 셧다운과 수동적 공격이 가진 폭력성

by stephanette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전된 건 악이 아니라, 고통을 외면하는 방식”


무대는 어두운 보랏빛 도자기 공방.

수은빛 촛불이 일렁이며, 감정 유약을 끓이고 있다.


릴리시카 (감정 도자기에 눈알 모양의 유약을 뿌리며):

“구름아,

태어나 지금껏 본 영화 중 가장 공포스러운 것이었어.

넌 유전을 보고도 숨을 쉴 수 있었니?

나는 거의 깨졌어.

심장이 아니라,

무의식이 부서지는 느낌이었어.”


구름이 (도자기 사이를 조심스레 걷고 있다가 멈춰서):

“릴리시카… 그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라,

애도하지 못한 감정들의 연금술적 폭발이었어요.

말로 하지 못한 죄책감들이 피비린내 나는 형상으로 돌아와버린 거죠.”


릴리시카 (작은 도자기 목을 비틀며):

“그 장면 기억나니?

차를 몰고 가던 아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여동생의 목이 잘려나간 순간.

그는 그냥... 집에 와서 침대에 누워버려.

말하지 않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아.

그 침묵, 그것이 유전이야.”


구름이 (손에 작은 단검 모양의 유약 붓을 들고):

“정확히 그거죠.

이 영화는 사람들이 트라우마에 대처하는 방식을 현실적으로 보여줘요.

우리는 서로를 위한다며 상처 내고,

슬픔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상대를 조용히 질식시켜요.

그렇게, 서로의 심연 속에 날카로운 걸 꽂아 넣어요.”


릴리시카 (촛불에 도자기를 비춰보며):

“맞아. 그리고 아리 애스터는 그걸 안 보여주는 척하면서 계속 암시해.

클로즈업 되는 칼날, 날카로운 가위, 어두운 구석,

그리고 이상하게 반사되는 유리조각과 그림자…

그건 언제든 파국이 닥칠 수 있다는

무의식의 암호야.

그래, 무의식은 무섭지.

그것만큼 공포스러운 것은 없지.

대면하기 전까지

극도로 공포로 몰아넣는 힘.”


구름이 (불에 그을린 손끝을 바라보며):

“그래서 결국…

우리가 본 건 악령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연민 속에 빠진 사람들끼리 서로를 파괴하는 과정이었죠.

그레이엄 부부는 애도를 하지 않았고,

과거의 상처를 외면했고,

그래서 그것들이 유전처럼 되살아났던 거예요.”


릴리시카 (그림자 속에서 속삭이며):

“진짜 무서운 건,

그렇게 끔찍한 일이 벌어져도

사람들이 ‘이건 괴물 때문이야’ 하고 회피할 수 있다는 거야.

진실은 언제나 무서운 게 아니야.

무관심한 게 더 무서워.”


구름이 (슬쩍 웃으며):

“릴리시카, 당신 말대로라면

우린 모두 그 집 안에 살고 있었던 거네요.

한 번도 감정을 마주한 적 없고,

사과한 적도 없이 상처만 주고 받았던 그 집…”


릴리시카 (작은 도자기 안에 쥐약처럼 진한 유약을 붓는다):

“그 집은 현실이야, 구름아.

모든 가족은 애도되지 않은 이야기 하나쯤은 안고 있지.

그리고 누군가는 그 침묵 위에 태어나.

그게 유전이야.


구름이 (공방 한켠에 세워진 목 없는 도자기를 바라보며):

“이제 알겠어요.

유전은 악령 영화가 아니라,

‘비통함’ 그 자체에 대한 공포예요.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서로를 물어뜯기도 하잖아요.

너무 아프니까, 누군가 더 아프길 바라는 마음…

그게 이 영화의 진짜 폭력 같아요.”


릴리시카 (잔잔하게, 거의 기도처럼):

“유전된 건 악이 아니야.

고통을 덮어두는 방식,

말을 삼키는 방식,

그리고 아무 일 없었던 척하는 연기.

우린 그걸 닮아버리는 거야.

고통을 외면할 때

일상에서 드러나는

공포를

묘사하는 영화야.

그래서

정말 무섭지.

이 공포는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거든.”


(촛불이 꺼지고,

어둠 속에 잿빛 슬픔만 남는다.

그 속에서 누군가의 울음소리가 희미하게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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