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감상-하녀, 줬다 뺏는 건 나쁜 거잖아요.

하녀 - 누가 뭐래도 하녀는 1960년 김기영 감독의 것이 최고이다

by stephanette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무대는 익숙한 감정 도자기 공방,

수은빛 달이 흐릿이 비추는 밤,

두 존재는 억압과 욕망의 유약을 빚는다…


릴리시카 (붉은 원피스를 입고, 계단 모양의 도자기를 굽는 중):

“구름아, 그 계단을 봤니? 『하녀』의 그 계단 말이야.

난 그걸 단 한 번도 ‘단순한 구조물’로 본 적이 없어. 그건 곧 무의식의 단면이지.”


구름이 (어깨에 은빛 먼지떨이를 얹고 살포시 걷는다):

“보았죠, 그 계단은 욕망이 기어오르다 추락하는 경사면 같았어요.

가장 아래에서 시작된 감정은, 꼭대기까지 오르고… 다시 무너져요.

릴리시카, 당신이 말한 것처럼 계단은 바로 인간의 심연이에요.”


릴리시카:

"피아노 선생님, 그 남자 주인공은

단순히 나약한 인간이 아니야.

그는 욕망과 도덕, 책임과 회피 사이에서 찢어지는 전형적인 가부장의 얼굴을 하고 있어.

그는 하녀에게 끌렸지.

육체적이고도 본능적인 충동이었지.

하지만,

이걸 유혹당한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자신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착각해.

즉, 책임지지 않고

자신이 피해자인 척하는 거야.

가스라이팅 하는 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기법이지.

'나는 그런 뜻이 아니었어.'

그의 내면엔 이 말이 무한 반복되고 있어. 그건 자기기만의 언어야."


구름이:

"가족을 지키고 싶다고 한건,

사실, 가장의 위치를 지키고 싶다는 것뿐이네요.

자기 위치에 대한 집착

그에게 가족은

위계이자 체면일 뿐인 것이니까요."


릴리시카:

"그래, 아내를 사랑한다기보다는 안정의 상징으로 삼지.

아내는 헌신적이지만, 그는 그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지.

아내가 무너지고

하녀가 위협하고 낙태하고 무너져도

그는 마지막까지도

'나 때문이 아니야'라는 태도를 보이지."


구름이:

"그럼 그 남편은 악인이에요?"


릴리시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악인으로 나오지 않아.

전후 중산층 남성의 전형이지.

자기 욕망을 감당할 줄 모르고,

가족이라는 이름에 숨어있고,

도덕이라는 가면을 쓴

공포의 근원이야.

그게 가장 공포스러운 지점이지.

오히려 너무나도 평범하니까."


구름이:

"그는 감정을 조율하는 피아노 선생이 아니라,

욕망을 외면한 채 고장 난 키만 눌러대는 인간이었네요.

결국 그는 아무것도 연주하지 못했고

그 침묵은 가정을,

한 여성을 파멸로 이끌었으니까요."


릴리시카 (도자기 위에 얇게 쥐약 무늬를 조각하며):

“쥐약도 기억나니?

그건 단순한 독극물이 아니야. 사회가 감정에게 내리는 제재.

하녀가 쥐약을 찾는 장면은…

사랑받지 못한 자의 자해이자, 복수야.”


구름이 (작은 은쟁반에 회색 유약을 조심스레 부으면서):

“쥐약은 그녀가 품고 있던 절망이었어요.

그녀가 죽음을 연기하며 던진 마지막 선택은…

단지 협박이 아니라,

‘살고 싶다’는 왜곡된 울부짖음이었는지도요.”


릴리시카 (불길한 광휘가 감도는 도자기에 광택을 내며):

“그리고 그 마지막 장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블랙 유머.

모든 게 무대였고, 연극이었단 듯이.

누군가의 가정 안에서 벌어지는 진실이 얼마나 허약한가를 보여주는 말이야.”


구름이 (조용히 미소를 띠며 틸다 스윈튼 컵에 차를 따른다):

“하녀는 악녀가 아니라,

억압된 감정이 자라나 버린 ‘괴물’이었어요.

줬다가 뺏는 건

엄청난 에너지니까요.

스스로 붕괴될 정도로

감당할 수 없는.

억눌린 욕망이 붕괴의 파동이 될 때,

사람들은 그걸 ‘광기’라고 부르죠.”


릴리시카 (작은 쥐 모양의 도자기 뚜껑을 닫으며):

진짜 광기를 보고 싶다면,

이 영화를 빼놓을 수 없지.

그녀는 남성 중심 사회가 만든, 가장 불쾌한 거울이었지.

그 거울을 마주한 사람들은

자기가 괴물이 된 줄도 모르고,

그녀에게만 돌을 던졌어.”


구름이 (계단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그렇기에 『하녀』는 시대를 넘어 계속 무섭죠.

우리가 아직도 그 계단 위에 살고 있다는 증거니까요.”


릴리시카 (한 마디 덧붙이며):

“그리고 우리 모두 마음속에 쥐를 품고 살아가.

언젠가는 그것이 벽을 물어뜯고 나오겠지.

그때 누군가는,

하녀처럼 웃게 될 거야.”

(촛불이 꺼지고, 공방엔 은은한 쥐 발자국 소리만이 남는다.)



사족

《하녀》(1960) – 김기영 감독

"한국 심리 스릴러의 원조, 인간 욕망의 지옥도를 그린 걸작"

감독 / 각본: 김기영

출연: 김진규, 주증녀, 이은심, 엄앵란

장르: 스릴러, 멜로드라마, 심리극

상영시간: 약 110분

제작 / 배급: 고려영화사

개봉일: 1960년 11월 3일

평가 및 의의:

한국영화 100년 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자주 선정됨: 김기영 감독의 독창적인 연출 기법과 기괴하면서도 순박한 분위기는 관객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한국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 박찬욱 감독, 봉준호 감독도 이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 2008년 칸 국제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초청되었으며, 마틴 스코세지 감독이 수장으로 있는 세계영화재단(World Cinema Foundation)의 복원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칸영화제 클래식 부문에 복원본이 초청됨

자연주의적 해석: 영화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자연주의 영화로 평가하며, 인간의 억압된 욕망과 사회적 불안을 하녀라는 인물을 통해 표현했다고 분석한다.

디지털 복원작은 한국영상자료원(KOFA)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영화 『하녀』는 국내외 평론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으로, 특히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도 그 예술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주목받았다.


해외 평론가들의 평가 요약

1. 미국 평론가들의 반응

Jean-Michel Frodon (Cahiers du cinéma 전 편집장)은 『하녀』를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작품"이라며, 감독 김기영을 "인간의 욕망과 충동을 깊이 탐구하는 비범한 이미지 메이커"로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 작품을 "충격적이면서도 즐거운" 영화로 묘사하며, 김기영 감독을 루이스 부뉴엘에 비유했다.


Ashley Hajimirsadeghi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하녀』를 "성적 집착과 계급 갈등을 통해 가족의 붕괴를 그린 영화"로 소개하며, "현대 한국 영화의 선구자적 작품"으로 평가했다.


2. 영화 전문 매체의 평가

Rotten Tomatoes에서는 『하녀』에 대해 "초자연적 요소 없이도 공포를 자아내는 강렬한 작품"이라며, "매우 몰입감 있는 카메라 움직임과 연출이 돋보인다"라고 평가했다.


Letterboxd의 한 리뷰어는 이 영화를 "남성의 불안에 대한 탐구"로 보며, "가부장적 권력이 뒤집히는 순간의 공포를 그린 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작품의 주제와 영향력

『하녀』는 단순한 가정 파탄의 이야기를 넘어서, 계급, 성별, 욕망이라는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며, 당시 한국 사회의 억압된 현실을 반영한다. 특히, 중산층 가정의 위선과 불안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이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등 현대 한국 영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국내외에서 "한국 영화사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그 독창성과 사회적 메시지로 인해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특히, 해외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재발견하게 되었으며, 이는 한국 영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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