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상적 개념이 아니라 급진적이고 전복적일 수 있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사진 :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아이 엠 러브 영화'를 보다가 찍었다. 1930년대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Piero Portaluppi)가 설계한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의 대표작이자 이 영화의 주된 배경인 대저택,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의 수영장이다.
“사랑은 감상적 개념이 아니라 급진적이고 전복적일 수 있다”
이 문장은 이 영화 전체의 핵심 뿌리 같은 부분이다.
틸다 스윈턴이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에게 했던 말인데, 단순한 대사가 아니라 이 영화 전체가 지향하는 사랑의 혁명성을 암시하는 철학적 테마이다.
틸다는 'The Love Factory'라는 짧은 실험 영화에서 사랑, 의존,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사랑이 단순히 따뜻하고 안전한 감정이 아니라, 때로는 기존의 사회 구조나 개인의 자아를 붕괴시킬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했다.
여기서 "전복적"이라는 표현은 말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뒤엎는 걸 의미한다.
에마의 사랑은 단순한 ‘불륜’이 아니라,
가족 질서, 계급 구조, 정체성, 언어, 심지어 자본주의적 세계관까지 흔드는 감정의 혁명이다.
우리는 종종 사랑을 안정과 보살핌, 희생 같은 감정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에마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순간 오히려 모든 것을 잃어야 한다.
가족, 언어, 정체성, 사회적 지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사랑을 선택한다.
이 선택은 ‘전복’이다. 왜냐하면, 그녀가 속한 상류층의 질서에서 여성은 감정이 아니라 역할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이다.
틸다는 인터뷰에서 에마를 "가족 전체의 감정을 담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오랫동안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침묵 속에 봉인된 존재이다.
사랑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고, 억눌린 감정을 폭발시킨다.
그녀는 세탁소에서 그녀의 딸이 쓴 편지를 우연하게 읽게 된다.
그리고, 딸의 성적 정체성에 대한 결단과 사랑에 대해서 깨닫고 그녀의 삶의 방향을 묵묵히 바라본다.
가문의 중심인 할아버지가 못마땅해하는 사진 작업을 시작하거나,
스스로 결정한 삶으로 살아가는 동안의 변화는 영화 곳곳에 나타난다.
딸은 숏컷으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장례식장에서도 검은 장례복이 아닌 황금색 자신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다.
딸의 볼은 발그스름한 혈색으로 생생하게 비춰지며,
그녀의 눈도 같은 빛으로 물들어 있다.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이의 눈빛은 살아있으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것 같으면서도 빛난다.
엠마가 집을 떠나는 결정을 할 때, 그 딸은 그 눈빛으로 엄마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자신이 살아가는 방향성과 엄마의 그것이 닮아서일까.
그러므로, 사랑이라는 것은
그건 단순히 사랑해서 행복해지는 게 아니라,
사랑을 통해 진짜 자기를 되찾고, 억압된 세계를 뒤흔드는 감정의 봉기이다.
그리고 선언하는 것이다.
"아이 엠 러브, 아이 엠 디바인."
루카는 이 문장에서 시작해, 에마의 사랑이 가져오는 균열과 몰락을 아주 세심하고 미학적으로 담았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사랑은,
감정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기생충’처럼 침투해서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인지 증명하고 싶어했다.
안토니오와의 만남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자기 몸의 감각과 감정을 온전히 느낀다.
그 사랑이 진짜였던 이유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실존적 감각을 되찾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그녀는 “나는 러시아인이 아니다”, “나는 더 이상 이 삶을 유지할 수 없다”고 말하며 자기 파괴적인 결단을 내리게 된다.
억압적 삶에서 그대로 역할에 충실하게 살고 있었다.
적절한 무너짐 속에서는 변혁이 일어나기 어려운 것인지도 모른다.
붉은 그녀의 원피스는
결국
푸른 수영장 씬으로 인해
모든 것이 다 무너지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는 결단을 하게 된다.
마지막 남은 과거의 정체성의 끝자락 - 장남의 죽음.
완전하게 다 잃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의 삶을 걸어간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I Am Love (원제: Io sono l'amore)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Luca Guadagnino): 루카 구아다니노의 욕망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각본: 루카 구아다니노, 바르바라 알베르티, 이반 코트로넬리, 월터 파자노
-출연:
틸다 스윈턴 (Tilda Swinton) – 에마 레키
에도아르도 가브리엘리니 – 안토니오
알바 로르와처 (Alba Rohrwacher) – 엘리자베타 (에마의 딸)
피에르코시모 가브리엘리니 – 에도 (장남)
-음악: 존 애덤스 (John Adams, 미니멀리스트 클래식 음악가)
-제작국가: 이탈리아
-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영어
-상영시간: 120분
-개봉:
2009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프리미어
2010년 미국, 영국 등 본격 개봉
-수상 및 평가
아카데미상 1개 부문 후보 (의상 디자인)
영국 인디펜던트 필름 어워드 등 유럽 예술 영화제 다수 초청
-평론가 평점:
Rotten Tomatoes: 81%
Metacritic: 79점
평론가들은 “우아하고 격정적인 고전주의 멜로드라마”라 평가함
이동진: 별 다섯개! 잠들어 있던 세포들의 일제 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