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영화감상 - 아이 앰 러브 3

새우는 나의 심장을 깨웠다 - 산레모에서 깨어난 붉은 욕망의 채도

by stephanette

사진 : 넷플릭스에서 제공하는 '아이 엠 러브 영화'를 보다가 찍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휴양지 산레모와 돌체아쿠아이다.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 영화 속 요리

'새우 요리로 사랑에 빠지다' – 감각의 각성 장면, 새우 요리 장면(prawn scene)

“맞아요, 그건 실제로 정말 맛있는 요리였어요! 음식 스타일리스트가 조작한 게 아니라, 미슐랭 스타 셰프 카를로 크라코(Carlo Cracco)가 밀라노에서 직접 만들어준 요리였어요.” - 틸다 스윈튼, 인터뷰 중


그 장면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음식이 예술이 되는 순간, 감정이 감각을 통해 폭발하는 영화적 전환점이다.


새우 요리가 테이블 위에 도착한다.

붉은 실크 원피스를 입은 그녀 위로 스포트라이트가 켜진다.

주변은 천천히 어두워지고, 마치 그녀만이 현실이고, 나머지는 연극 무대처럼 사라져 간다.


그녀는 새우를 먹는다.

속살을 천천히 혀끝에 얹는 순간,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그녀의 눈빛은 생생하게 깨어난다.

그것은 단순한 맛이 아니다.

오랜 억압 아래 숨어 있던 촉각과 욕망의 기억이 되살아나는 순간이다.


그리고,

셰프 안토니오가 등장한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접시가 이미 비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건 무의식적으로 삼킨 욕망이며, 감정의 미각으로 이루어진 무언의 고백이다.


식사가 끝나고,

그녀는 가족 그러니까, 집안의 세 며느리가 함께 식당을 나선다.

그러나 시어머니를 문 앞에 세워둔 채,

그녀는 안토니오를 향해 되돌아간다.


"감사합니다..."

훌륭한 요리는 감사의 인사를 안 할 수 없게 만든다.

그 인사에 깃든 떨림은

감사의 가면을 쓴 갈망의 고백이다.

그녀는 음식을, 셰프를, 그리고 자신의 감각을 다시 느끼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각이 열리는 문,

사랑이 시작되는 육체의 부분 - 복부에서 올라온 문장이다.


2. 영화의 색감 - 색감으로 모든 것을 말하는 영화

영화의 반전을 색감으로 주는 영화라니.

색채감의 변화는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시각적 전환점 중 하나이다.

엠마가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영화의 색감, 촬영 방식, 심지어 공기의 밀도까지 확 바뀐다. 근데 그게 단순히 필터를 넣어서 화려하게 만든 게 아니라,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낸 감각이다.


1) 엠마의 사랑 이후 화면이 "확 살아나는" 이유

가. 디지털 필터 없이 촬영, 전부 '화학적' 색조정

루카 구아다니노는 디지털 색보정(DI, digital intermediate)을 거부했다. 대신 전통적인 필름 방식으로, 촬영 당시의 조명·렌즈·필름 자체를 조절해서 색을 구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디지털 보정은 촬영자의 감각이 아닌 컴퓨터의 수치로 완성되는 거라 싫다"라고 말했다.


나. 사랑의 순간 = 빛이 바뀐다

사랑이 시작되면 조명은 부드럽고 자연광에 가까워지고, 대비가 강해진다. 식물, 음식, 몸의 촉감, 햇살 등 감각의 이미지들이 살아나면서, 이전까지 억눌린 회색 톤이 갑자기 생명력 있는 색조로 변한다. 이건 색온도(화이트 밸런스)를 바꾸거나, 실제 조명의 색을 따뜻하게 해서 표현한 것. 왜 이렇게 바꿨을까? 사랑은 감정의 ‘감각화’이기 때문이다. 엠마가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질 때, 그건 감정의 발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신체 감각, 자연, 생명의 촉감을 처음 느끼는 순간이다. 그래서 이전의 삶은 차갑고 명확하며 억눌려 있고, 사랑 이후의 삶은 흐르고, 번지고, 몸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영화는 색으로 감정의 흐름을 보여주는 영화적 언어를 택했다.


2) 실제로 어떤 기법을 썼을까?

가. 장면 구간 특징 촬영 기법

이탈리아 상류층 저택: 회색, 단단한 구도, 정적인 미장센 - 빛의 양을 줄이고, 구조적 구도 강조

안토니오와 사랑 시작: 따뜻한 노랑빛, 붉은 색감, 흐르는 움직임 - 조명의 색온도 변화, 카메라 핸드헬드, 햇살 역광 사용

정원, 음식, 벌레들: 생생한 초록, 밝은 오렌지와 붉은 색감 - 매우 낮은 조리개, 얕은 심도로 감각에 초점을 둠

특히 음식과 자연을 클로즈업할 때, 감정이 시각적·후각적·촉각적으로 번져나가는 느낌을 주기 위해 아주 신중하게 초점과 색 조화를 맞췄다.


3) 참고로 음악도 함께 바뀐다.

존 애덤스의 음악이 이 시점부터 감정 곡선처럼 파도치며 흐르기 시작한다.

특히 사랑의 클라이맥스 장면에서는 카메라와 조명, 음악이 모두 물결치듯 일치한다. 루카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장면에서는 음악을 현장에서 실제로 틀고 촬영했다.

배우도, 조명팀도, 카메라맨도 모두 그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3. 영화 속 패션- 이탈리아 상류층의 제복

'레이디 후 런치(lady who lunches)' 룩 – 보이는 정체성의 가면

인터뷰어는 틸다의 극 중 외형이 '우아한, 점심을 먹는 귀부인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틸다는

“맞아요. 그건 일종의 ‘제복(uniform)’이에요.”

그녀는 엠마라는 인물이 이탈리아 상류사회에 들어가면서 얻게 된 ‘겉모습의 규칙’을 따르게 되고,

그걸 잘 배우고, 잘 입고, 잘 연기하지만 결국은 그걸 벗어나게 된다고 말한다.


"나는 제복을 벗는 것에 흥미가 있다"

틸다는 인터뷰 말미에 이렇게 말한다.

“그녀는 그 세계에 들어가서 룰을 배우고, 언어를 익히고, 제복을 입지만… 결국 그 제복을 벗어던지죠.”

이 말은 단순한 옷에 대한 얘기가 아니다.

상류층 여성이 되어야만 했던, 남편이 만든 규칙과 사회적 외형을 벗고

자기 감각과 자기 욕망, 진짜 자기를 선택하는 과정에 대한 은유이다.



4. 영화 속 공간들 - 아름다운 건축물들

1) 대저택 - 이탈리아의 밀라노 빌라 네키 캄필리오(Villa Necchi Campiglio)

영화 초반부에 엠마와 그녀의 가족이 거주하는 저택은 밀라노 중심부에 위치한 빌라 네키 캄필리오이다. 이 빌라는 1930년대에 건축가 피에로 포르탈루피(Piero Portaluppi)가 설계한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의 대표작으로,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정원, 수영장, 테니스 코트를 갖추고 있다. 영화에서는 이 저택이 엠마의 억압된 삶과 감정의 억제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그려진다. 현재 이 빌라는 이탈리아 환경 기금(FAI)에 의해 관리되며,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있다.


“내가 시나리오를 쓸 때 묘사한 집이, 나중에 실제로 찾아낸 빌라와 정확히 같았다.”라고 루카는 인터뷰에서 말한다. 즉, 그는 영화 속 저택을 이미 마음속에 그려두고 있었고, 그걸 현실에서 찾아내었다. 밀라노 한복판에서 그 빌라 - Villa Necchi Campiglio를 처음 봤을 때, 그는 “전율했고, 압도당했다”라고 말한다. 빌라는 외관은 단정하고 절제되어 있지만, 내부는 섬세하고 부드러운 생활의 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

“스크립트에 그린 바로 그 집이었다. 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운명이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


현실적 어려움- 이 빌라에서 찍을 수 있을까?

빌라 네키 캄필리오는 현재 이탈리아 환경 기금(FAI)이 관리하는 문화재이다. 즉, 아무 영화나 와서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미학적 정체성과 시나리오가 이 장소와 운명적으로 맞물린다는 설명에 설득되었고, 루카는 촬영 허가를 받아냈다.


이 빌라가 영화 속에서 어떤 의미가 되었을까?

이 공간은 단순한 상류층 저택이 아니라, 감정이 억눌린 조각상 같은 삶의 박물관이자 엠마가 제복을 입고, 감정을 감추고, 침묵하는 삶의 무대가 되었다. 반대로, 엠마가 사랑에 빠지며 나아가는 공간(리구리아 해안의 자연)은 빛과 색과 생기가 흐르는 감각의 세계. 그래서 이 집을 찾은 것 자체가, 영화의 상징 구조를 완성한 열쇠였다고 할 수 있다.


2) 휴양지 - 리구리아 해안의 산레모와 돌체 아쿠아

엠마가 사랑에 빠진 셰프 안토니오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장소는 이탈리아 리구리아 지방의 산레모(Sanremo), 돌체아쿠아(Dolceacqua), 카스텔 비토리오(Castel Vittorio) 등이다. 이 지역들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전통적인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으며, 엠마가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는 배경으로 사용된다. 특히 산레모는 엠마가 안토니오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는 장소로 묘사된다.


“감정이 살아 움직일 때, 세상도 생동감 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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