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왜 늘 제때 도착하지 못하는가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랑에도

by stephanette

세상에서 썸타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나는 참 많이도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내게 썸 그 무한 지옥의 문을 열었다.


썸, 그 아슬한 거리.

어디에도 닿지 않기 때문에 다치지 않을 거라 믿었지만,

정작 내가 놓치고 싶지 않았던 사랑은

그 거리 바깥에 있었다.


피상적 연애만을 했다는 것이 정확하다.

언제 헤어져도 아프지 않을 정도의 관계

마음이 깊어지면

"사랑하지만, 여기까지야."

라고 억지로

무 자르듯이 싹뚝 잘라버리려고만 했을까.


잡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잡지 못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매정하지 않았어도 되었을텐데.

지금이라면?

아니, 지금의 기억을 모두 갖고 그때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을 붙잡지 못할 것이다.

왜일까?


1. 자존심

단순히 자존심이라고 하기엔 보다 큰 의미이다.

'진심'을 거절당하는 것은 뼈아프다.

그래서 진심이 아닌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별 의미 없는 행동처럼 포장한다.

'진심'이라는 돌직구로 인해

그 반동만큼 아플 수 밖에 없다.


2.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을 봐야하는 괴로움

사랑은 거울이다.

뚝딱거리고, 서툴고, 울고 웃고

심지어 멍청한 내 모습을

고스란히 비춘다.


사랑 앞에서 자신을 잃어 본 자는 안다.

그 늪에서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다시 또 그 늪으로 빠져들까 두렵다.

사랑에 빠진 자신을 보는 것은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다.


바보같이 웃긴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적나라하게 볼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사랑하는 이 앞에서.

우주가 건네는 유머 중에 가장 짖굿다.


3. 과거의 되돌이표 그 반복

버전을 바꿔가며 무한 반복되는 망가진 사랑

이번에는 다를 거라 믿고 잡은 손이,

사실은 같은 운명의 레코드를 다시 재생하는 바늘이었다는 것을 늦게 깨달을 수 있다.

글을 쓰면 알게 된다.

반복했던 사랑의 패턴, 그리고 그 안에서 반복되는 마음의 회로.


5. 안나카레리나의 법칙이 적용된다. 사랑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사랑하지만,

사랑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저마다의 이유로 사랑을 하지 못한다.


사랑은 일정한 공명을 타고 시작된다.

그 파장을 타면 누구나 비슷한 진동으로 마음을 연다.

그러나, 사랑을 피하는 이들은, 각자 고유한 파열음을 가지고 있다.

누구는 애정의 부재

누구는 마지막 이별의 그림자를 아직 삼키지 못해서.

그런 그들의 시간은

사랑이 아닌 회피의 예식으로 흘러간다.


사랑은 뭘까?

사랑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 이미지가 제각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사랑이 뭘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을 만들어 낼 방법은 없다.


사랑이 뭔지

제대로 알게 된다고 해도

그 사랑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해보지 않고서는 알 방법이 없다.


사랑은 왜 늘 그렇게 늦을까?

어쩌면,

사랑은 그저 자신을 찾아가기 위한 통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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