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그리니치 천문대 앞, 십 년 만의 도넛 그 밀도 높은 존재감
"어디로 모실까요?"
남자가 물어본다. 은호는 대답한다.
"런던 그리니치 천문대 앞"
진짜 멋진 대사다.
시간과 영원의 교차점에서 만나자는 선언인건가.
그러나 그들을 그 곳에 가지 못한다.
소개팅남은 그 곳을 가는 방법을 모른다고 한다.
드라마 '연애시대'의 한 장면이다.
연애시대를 보고 있자니,
던킨 도넛을 안먹을 수 없다.
도넛을 그리 사먹는 편은 아니다.
평생 먹을 도넛은 대학 때 이미 다 먹었다.
학생관에서 파는 점심이라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밥 아니면 초코도넛
다른 매점은 너무 멀었다.
이유는 그것 하나
인연이란
지척에 있는 이들과 연결될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접근성이 팔할이다.
초코도넛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베이글을 능가하는
뻑뻑한 그 질감만큼이나
밀도 높은 존재감으로.
초코도넛을 애정한다.
많이 먹어봐서 그렇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는 거의 먹지 않는다.
먹는다면,
십 년에 한두번 정도일까.
애정해도 그저 마음에 담아두는 그런 것도 있다.
할 수 없다.
좋아하는 만큼 먹어버린다면,
뒷감당은 할 방법이 없으니.
"진심이었냐고?"
은호가 말했다.
"결국에는 헤어졌잖아요."
소개팅남이 우기듯이 내뱉는다.
"상처받고 힘들었지만
아니 지금 힘들고 있지만,
나나 그 사람이나
사랑했던 것 만큼은 진심이었고
후회하지 않아요."
은호는 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십년만에 나는 던킨 도넛을 먹는다.
연애시대를 보며.
기억해야 할 이름들과
지켜야 할 마음들의
기념일인
1966년 이래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6월 6일에
'기억의 장례식'을 위한
예식 중의 하나로 매우 적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