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의 핀볼과 장례식 준비 7

대자연은 감정을 보내주기 좋다.

by stephanette

이번 주말에 동해 바다를 가려고 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예약은 취소했다.

그렇게 되는 데는 이유가 있겠거니 생각한다.


감정의 궤짝을 열어보고 나서,

파도는 고가 낮아지고

잔잔해졌다.


장례식의 배경 음악을 메디테이션 뮤직처럼 틀어놓고,

핀볼 게임을 밤새 하고,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고,

그렇게

인생의 콘텐츠들을 꺼내 접하면서

지금의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게 되었다.

예전만큼 그리 흔들리지 않는다.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서울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생각보다 작다는 것을 알았다.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실제로 의식은 행동으로 하고 싶다.

간단하게라도.


물이 필요하다.

대자연은 감정을 보내주기 좋다.

가까운 시일에 가까운 물가에 가서

'감정의 사체'를 보내주려고 한다.


감정 장례식 준비의 고통스러운 순간들은,

오히려

'다시 시작할 용기'를 내게 주었다.


한 대의 핀볼에서 구슬이 발사되듯이,

우리 인생도 어느새 끝을 향해 튕겨 나간다.

파동은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한다.

하지만,

그 파동 하나하나가 모여

지금의 나를 완성한다.


철저하게 직감을 따라 가는 장례식의 준비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위로가 되었다.


두려웠던 무의식의 끝자락을

그 엄청나게 넘쳐나는 에너지를

녹을 털어내고 반짝반짝 닦아서

작가의 방 한 켠에 두고

애정하는 가구로 쓸 예정이다.

금속 궤짝을 하나 득템했다.


릴리시카의 휘장에 궤짝을 그려넣어야겠다.


< 감정의 사체 장례 절차 >

1. 시간 : 2025. 6. 7. 해질 녘

2. 장소 : 가까운 호숫가

3. 참석자 : 8명 (무한대의 숫자) + 나 = 9명 완성의 숫자

4. 드레스 코드 : 1980년 노란티

5. 준비물 : 마음의 초, 꽃다발, 장례식 배경 음악

6. 의식 순서

고요한 시간 갖기: 1분

의미 부여 하기: '이 순간, 1973년의 핀볼 소리처럼 내 마음이 끝없이 반짝이길'

소개문 읽기: 감정 사체에 대한 소개문

물에 띄우기: 반짝이는 감정들을 물로 흘려 보내기

감사 기도: '나에게 가르침이 된 모든 순간에 감사한다.'

묵념: 두 손을 모으고 묵념을 한다.

7. 마무리

매년 1966년 이후 법정공휴일로 지정된 6월 6일의 다음날, 같은 물가에 가서 이 순간을 돌아본다.



이것은

'과거의 내 삶의

마무리'이자

'미래의 나를 위한

새 출발'의

의례가 될 것이다.



*사족 :

때마침 시의적절하게

이 글을 쓰는 도중에 투잡 의뢰가 들어왔다.

'YES'라고 한다.

예전처럼 일중독에 빠지지 않고 균형을 잘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시온의 멸망을 막는 방법이다.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균형을 잘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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