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갈아넣고 그 끝에서 만나는 것은 허무감이다.
자신을 갈아넣어
계획을 세우고,
끝도 없이 애쓰고,
주변에서 아무리 뜯어말려도
정해진 방향으로 나를 밀어붙이던 그 에너지.
그리고
그 끝에 겨우 당도했을 때
마주하는 것은
허무감이다.
그 방향도,
그 추진력도,
그 허무조차도—
사실은
나의 것이 아니다.
어디선가 흘러들어온 낯선 에너지들이
나를 밀고
끌고
움직이게 했다.
결국 내가 정말 원한 것은
‘무언가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
혹은 연결.
하지만
나는 착각했다.
도달해야만 연결될 수 있다고.
무엇이 나의 에너지였을까.
욕망이었을까?
생존이었을까?
아니면, 사명감?
그 모든 열망과 방향들은
진짜 내 의지였을까,
아니면
시스템이 씌운 꿈이었을까.
허무감은,
그 낯선 에너지의 연기를 걷어내는 순간에 온다.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막 알아차리려는 찰나—
모든 것이 멈춘 듯한 그 중간,
그 문턱에서
허무라는 감정이 말을 건다.
"이제, 너의 진짜 마음을 말해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