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첫 페이지에는 쓰지 못한 편지가 남아있다.

이별 후 다시 만남은 없을 거라는 직감, 그 친구에게

by stephanette

20대의 이야기이다.

친구가 있었다.

절친이라고 해야 할까

글쎄.


그런 사람이 있다.

매일 붙어 다니면서도

여러 명이 늘 함께 다니다 보면

모두가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둘이 만나면 별로 할 말이 없는

그런 친구가 있다.


절친이라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 친구에게 나는 늘 잘 대해줬고,

그 친구는 가끔 나를 돌봐주었으면 할 때 거리를 두기도 했다.

사람마다 친구에게 해주는 거리는 제각각이라

서운할 것은 아니다.


대학을 다니는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만났다.

그리고, 유학을 떠났다.

송별회를 하고

그리고도 아쉬워하며

학교 앞의 사주 카페를 갔었다.

재미 삼아라고 하자.

당시에 나는 사주가 뭔지도 몰랐다.


사주 풀이를 해주는 와중에도

젊음으로 빛나던 우리는

까르르 웃으며

누가 먼저 결혼해요? 라거나

연애운은 어때요? 그런 것들이 궁금했다.


그 친구에 대해서

"곧 세상에 이름을 크게 알리겠다."라고 했다.

그 친구는 유학을 떠나고

나는 시집을 한 권 선물로 주었다.

책의 첫 페이지에 편지를 적었다.


책에 어째서 편지를 썼냐고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나는 그 말이

나에 대한 애정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하지 못했다.

그렇게까지 진심을 건네기에는 아직 더 친해지지 못했으니까.


나중에,

그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가 났다.

유학을 갔던 그 나라의 신문에 그 기사가 실렸다.

그러고 나서도

매우 오랫동안 의식 없이 입원해 있었다.

병문안은 친했던 친구 중 아무도 가지 못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멀어지고

전혀 모르는 곳에

전혀 모르는 이들에 의지해서

살고 있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들었다.


가끔

그 친구 생각이 난다.

너무나 멋진 사람이었는데.


나는 아직도

그녀 생각을 하면

이유도 모른 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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