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온 편지

Pearl S. Buck

by stephanette

어릴적 부터 매우 애정하던 소설이다.


엘리자베스는 버몬트의 가족농장에서 아들 레니와 함께 지낸다. 남편 제럴드는 중미국적 혼혈로 공산당 정권 이후 중국에 남아버렸다. 제럴드는 아내와 아들을 미국으로 보낸 후 본인은 북경에 머무르며 간헐적으로 편지를 보낸다. 편지는 점차 끊기고, 마지막 편지에서 제럴드는 중국 여성을 집으로 들이겠다고 알린다. 엘리자베스는 편지의 답장을 보내지 않고 편지를 봉인해둔다. 그녀는 '힘들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이다. 감정의 무게를 스스로 알아주는 사람으로 후회보다는 수용을 택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편지의 마지막 문장을 봉인했듯, 누군가에게 보내지 못한 말들을 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묵묵히 삶을 지켜낸다. 단순한 인내의 서사가 아니라, 자기(Self)와의 일치를 위한 준비과정이다.

그녀는 북경에서 온 편지를 읽으며, 결국은 세상 밖으로 발신할 것인지, 무의식 안에서 봉인할 것인지를 끊임 없이 선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제럴드는 북경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리고 제럴드의 영혼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만남을 가진다. 그 이후 제럴드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국경을 넘어서, 인종과 정치적 차이 속에서도 사랑과 개인의 결단이 어떻게 삶과 죽음, 상실을 넘어 서서히 회복의 길로 나아가는 지를 그린 소설이다.

버몬트의 농장 일상을 묘사한 부분이 좋다.

북경의 정치적 현실을 바라보는 백인 여성의 이질감 정서적 묵직함 그리고 문화적 갈등을 밀도 깊게 느낄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삶을 이해할 수 밖에 없게 되는 그 과정

엘리자베스는 고요한 강인함으로 외로움과 시선을 견뎠다. 자녀들을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삶을 살면서 닿지 않는 먼 곳에서의 남편의 죽음을 편지를 통해 알게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감정적인 균형감을 잃지 않는다. 타인을 돌보면서 자신이 외로움을 지켜본 엘리자베스의 모습은 저절로 감정이입되는 힘이 있다. 고요하고도 잔잔한 문체로 혼혈인 아들의 정체성 고민과 성장, 모성의 책임감을 갖고 삶을 꾸려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상실을 어떤 식으로 감내하는지 회복의 길로 어떻게 돌아가게 되는지 함께 걸어가는 기분이 된다.

며칠동안 북경에서 온 편지 그 글이 생각났었다.

모두가 잠든 밤,

제럴드의 음성이 문득 들려온 것처럼.

그 내면의 음성은 그녀 자신의 치유의 시작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겪지 말아야 할 힘든 상황들을 겪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