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퀘스트를 깨기 위한 무기

다섯 개의 반짝이는 열쇠를 습득하다.

by stephanette

꿈을 꾸었어.


최근의 꿈이야. 아마도 몇 달 전.


꿈속에서 난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었어.


바닥에 토하고 토하고 또 토하고


딱히 뭔가 더 토할 것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속은 너무나 답답했어.


그리고 토하다가


뭔가 반짝였어.


토사물 사이에 아니, 위액이라고 해야 하나.


작은 구슬들로 연결된 금속 줄에 열쇠들이 줄줄이 연결되어 있었어.


마치 사무실의 서랍장을 잠글 것만 같은


그런 은빛으로 빛나는 열쇠들이


5개의 열쇠였어.


꿈에서 깨어 며칠을 아무에게도 꿈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좋은 꿈은 누군가에게 말해버리면 그 에너지가 사라진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저 미신이라고 해두자.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나서 친구에게 꿈 이야기를 했어.


"한 개만 더 있었으면 좋았겠네."라고 하길래


엄청난 해석이 있구나 라며 난 흥분 상태였어.


"한 개만 더 있으면


로또라도 되는 꿈 아니야?"라더라고.


그렇지, 로또는 여섯 개의 숫자가 필요하니까.


숫자 다섯 개였다면,


이미 난 모든 숫자 조합을 끼워 맞춰서 로또라도 샀을까?


그래서 20억 정도를 받게 되었을까?


그러나 숫자 꿈은 아니야. 아쉽게도.


나의 모든 것들이 다 무너지고


얻게 된 꿈속의 열쇠는


내가 나의 길을 가게 되는 그 과정에서 얻는


소중한 어떤 결실이 아닐까 싶어.


그러고 나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


조금 떨어져서 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마음의 수많은 끄달림의 힘이 조금 약해졌고


그리고 나는 여정을 잘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아.


그러니 길몽이라고 생각해.


로또 보다 그게 더 좋다고 생각해.


사족

그 꿈을 꾼 이후에

난 스레드에 글을 올리고

20만, 45만, 70만의 조회수를 보게 되었고

결국은 이 곳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어.

신기하지. 그저 이런 일들이 꿈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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