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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게 말 걸기를 멈추지 말 것

그림자 속에 잃어버린 당신의 한 조각이 있다

by stephanette

꿈을 꾸었어.

20년 전의 꿈이야.

아, 깨어 있을 때 본 것이니, 꿈이 아니라 환영이었어.

내가 근 20년간 꿈을 꾸지 않게 된 이유 중의 하나야.


아는 친구의 지인의 집에 간 적이 있어.

낯선 장소에는 잘 가지 않아. 낯선 사람도 잘 만나지 않아.

경험 상 그리 좋지 않더라고.

다만, 그때는 인생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낯선 사람들과의 모임에 거의 매일 참석했으니

살다 보면 안 하던 짓을 하게 되는 시즌이 있는 거지. 뭐.

어떤 사람인지 잘 알지는 못했지.

그녀의 방구석에 암흑이 있었어. 그저 저녁 무렵이었으니 저녁의 그림자 정도라고 생각했어.

방의 안쪽 구석의 그 어두움은 매우 짙은 블랙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더라.

그래서 눈이 갔어.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인어공주의 마녀, 우르슬라와 같은 문어의 형체였어. 90년대쯤 나왔던 영화야.

다만, 전체가 어둠이었어. 매우 화가 나있었던 것 같아.

난 그때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어서. 그런 존재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래서, 무모하게도 말을 걸었어. 궁금했거든.


“넌 누구야?”


그랬더니, 괴성을 지르며 나를 노려봤어.

“이건, 내꺼야!!!!!!!”

그 대답을 들으며 허벅지를 타고 종아리까지 소름이 돋았어.


위험하다는 직감.

그래서 난 대충 둘러대고 그곳을 빠져나왔어.

그리고 얼마 뒤, 심한 교통사고가 났고,

다행히 다치진 않았어.

그 친구의 지인이 갖고 있던 우울함의 인격화 정도라고 생각했었어. 당시엔.

지금은, 글쎄... 집단 무의식이라고 해야하는걸까?

그 이후로 환영을 보는 것에 질려버려서

오랫동안 백일몽이라고 해야 하나 환영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건 보지 않았어.

보지 않으려고 하면 안보이더라고. 그렇다고 당시의 친구가 나에게 알려줬었어.


아, 이 글을 쓰다 보니 생각난 건데,

최근에 본 '피의 환영' 그걸 본 이후에도 교통사고가 났어.

다행히 다치진 않았어. 그러나, 그 사고로 많은 것이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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