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앞에서 가능했던 용서
나에게 있어 '그'는
카르믹 릴레이션십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나
내면의 충격은 상상보다 더 커서
매우 오랫동안 내 삶은 틀어지고 조금씩 바스러졌다.
그런 그의 소식을 들었다.
아직 너무나 젊은 그가 죽었다고 한다.
그 소식을 들은 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그로 인해 있었던 마음의 고통은 쓰윽 사라지고
좋은 곳으로 잘 갔으면 하는 마음이 일었다.
죽음 앞에서는 모든 이가 평등하니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 말에 그의 모든 것이 ‘용서’되더라.
이상하지.
그리고 얼마 뒤,
내가 들은 그 소식은 오해였었다.
그는 멀쩡히 살아있다고.
그래서 다시 용서도 사라져 버렸다.
그를 미워하는 마음은 그렇게도 쉽게 사라지더니 그렇게도 쉽게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