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 여행에서 상처를 은하수로 만드는 방법
나는 일을 좋아한다.
몰입하여 세부적인 것들까지 완벽하게 구축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벽체를 건설하고 시뮬레이션을 다 끝내 놓는다.
그래서 나는 마법사처럼, 나와 연결된 모든 이들이 인정할만한 결과를 도출한다.
그게 나의 자부심이고 즐거움이었다.
일을 하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자 했다.
성과를 보장받기 위해서 나는 더 많이 준비했다.
결과에 대한 통제라고 하자.
통제에 대한 집착을 통해 나는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앨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의 능력을 세상을 위해서 쓰는 방법이라고 스스로 자부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실패와 좌절, 배신들을 당하면서
나는 "내 자부심"으로 인해 그것들이 왔다고 생각한다.
극단은 극단으로 통한다.
장점은 단점이다.
그래서,
심리적 파국 그리고 감당 못할 고통을 통해서
나는 "나의 장점"이 내가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했던 나
-도움을 주고, 공감하고, 오지랖을 부리며,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루틴을 쉬지 않고,
몰입하고, 새로운 그 무엇을 창조해서, 그 과정을 함께 하는 ...
그 나의 본성을
다 버렸다.
내가 버린 것인지, 아니면 파국을 통해 부서져버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는 내 삶이 산산이 부서지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아주 오랫동안
화산재 같은 검은 가루가 흩날리는 그 "정지화면" 앞에
그 이후로 오랫동안 나는 나를 다시 재건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 방향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그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
내가 가진 장점들, 내가 해오던 습관, 의식 구조, 감정의 흐름...
그 모든 것들은 내가 아니다.
그저 내가 태어나서 경험했던 그 모든 순간들이 만들어 낸
어둠과 빛이었을 뿐이다.
나는 누구인가?
밤바다 여행길에서 나는 나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이 다 내가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열정과 집착, 고집, 습관처럼 해오던 그 많은 것들
진실이라고 정의라고 혹은 당위라고 생각한 그 모든 것들도 내가 아니다.
그래서 더 이상 나는
사람들의 투사를 받지 않는다.
사람들의 감정을 흡수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에게서 원하는 것을 알고 있으나 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원래 그대로의 나'이다.
내면의 결핍이 만들어낸 그 모든 것들의 그
뿌리가 '결핍'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밤바다 여행, 그 길의 마지막에는 빛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 빛은 나에게서 오는 것이다.
그 빛은 태초부터 있었다.
나는 어둠 속에서 슬피 울었으나,
나는 잃은 것이 없다.
내가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은 내가 아니다.
그것은 결핍을 통해 내가 쌓아 올린 탑일 뿐이다.
그러니, 잃은 것은 없다.
이 깨달음은 나를 온전한 나로 서게 하고,
빛과 어둠을 모두 다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과거의 상처는 회복될 수 없다.
그 상처를 통해
진정한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내가 아닌 것들이 다 부서지고 나서야.
이것이 재생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단단해진 내 심장이 가득 차 있음을 안다.
이것은
미래의 어느 날,
내가 만날 나에 대한 글이다.
나는 밤바다를 걷고 있다.
“밤바다 여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무너짐 뒤에 오는 재생은, 결핍에서 비롯된 자아가 사라지고,
태초부터 있던 자기(Self)의 빛을 드러낸다.
나는 이제 그 길 위에서 나를 만나고 있다.”
2025.09.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