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한 일 가운데, 누군가의 삶을 더 낫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는가
많은 사람들과 대면해야하는 일들은 스트레스가 많다. 특히, 행정적인 자잘한 업무들이 누적되는 상황이라면,
기계처럼 수합되지 않는 일들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챙길 수 밖에 없다. 그 작은 하나가 펑크나면 많은 이들에게서 안좋은 소리를 듣게 된다. 어차피 각자의 일들은 다 수합하고 통계를 내고 결재를 받는 과정이라, 뭔가 하나 틀어지면 또다시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니 당연히 담당자는 짜증도 날 것이라 생각한다.
일은 하기 싫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일 중독에서 손을 놓고 나서는 넘치던 열정이 사라지고 최대한 일을 안하는 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누군가는 80% 이상의 동료들이 그렇게 산다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일의 의미가 사라지니, 나태함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오랜 기간의 결과들을 수합해서 보고하는 건이 여러개 몰려있는 날이었다. 노트북의 전원이 안들어온다. "와우! 이거슨 신의 계시!! 일하지 말고 쉬라는." 꺼진 노트북을 앞에 놓고 커피를 한 잔 타서 마신다. 타 놓은 커피 한 잔을 다 마셔본 적이 손에 꼽는다. 차를 마시다가 중간에 꼭 일이 생긴다. 여유 만만하게 커피를 다 마시고, 궁리를 하다가 컴퓨터실에서 노트북을 대여한다. 할 수 없다. 기한이 있는 일을 안할 수는 없지 않은가.
업무용 채팅이 연결이 안된다. 컴퓨터의 자료들은 드라이브에 옮겨두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채팅으로 들어온 수십가지 링크와 파일들은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면서 하나하나 받는다. 몰입 모드로 휘리릭, 휘리릭 일들을 한다. 6개월 간 해야할 일을 하루에 다 하는 기분이다. 20000% 넘치도록 철저하게 일을 하던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서 마감 시간에 허덕거리고 있는 꼴이라니. 그렇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과한 건 좋지 못하다. 워커 홀릭도 중독 중의 하나이다.
어째저째 일을 다 마치고 용량이 많은 파일들을 USB에 담아 담당자의 책상에 직접 찾아가서 건네준다. 업무용 채팅이 안되니 어쩔 도리가 없지만 직접 얼굴을 보고 건네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서인가 나도 유머도 웃음도 늘었다. 직장에서 하는 농담과 웃음에 굳이 업무용이라고 네임 텍을 붙이고 싶지 않다. 그런 낙이라도 있어야 출근 할 맛이 나지 않겠나.
담당자 중의 한 명이 달려와서 불만 섞인 말을 한다. 자료에 오류가 있다고 한다. 이미 위원회에 결재까지 다 끝난 마당에 오류라니. 죄송하다고 말한다. 상황 파악을 한다. 제출했던 친구가 수정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서류 상에도 쓰지 않고 쓰윽 최종본을 제출한 것이다. 잠깐 보자고 하니 카톡이 왔다. 최악의 상황들을 물어본다. 담당자의 짜증을 받은 마음 같아서는 그래, 최악의 상황으로 통과가 안될꺼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참았다.
굳이 내가 받은 짜증을 다른 곳으로 전파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충분히 미안하다고 하고 있으니 별일 없으니 다음엔 그러지 말라고 한다. 최종본의 자료들도 오류가 많다. 다시 해서 제출하라고 한다. 한명 한명 하나하나 다 검토를 해도 수정하면서 오류가 발생한다. 다들 경황이 없을 때이니, 그러려니 하지만 가끔 나도 짜증이 날 때가 있다.
ㅠㅠ 죄송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라고 보냈길래
나도
ㅠㅠ 에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라고 답했다.
카톡창이 눈물바다다.
담당자에게 찾아가서 웃는 낯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미안하다고 연신 사과를 하고 담당자의 웃는 낯에 유머로 마무리를 한다. 눈물 바다를 만들었던 친구에게 내일까지 다시 해서 내라고 하니, 한시간도 안되서 최종본을 제출한다. "에휴 그래, 알았으면 되었다." 혼잣말을 해본다.
지이잉. 문자가 왔다. 아는 분의 감사 문자이다. 잘 챙겨줘서 고맙다는. 장문의 문자를 읽으면서 "그래, 그럼 된거지."라고 생각한다. 오늘 일어났던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함을 나누고 같이 안타까워하면 되겠다 싶다. 화내거나 혼내지 않아도, 충분히 설명하면 알아들어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삶에도 따뜻함이 스며들길 바란다. 나의 마음에도 그러하니까.
달라질 것이 없는데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충분히 좋은 말로도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면, 보다 효율적인 태도가 낫지 않겠나. 이것이 다른 이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 작은 팁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말과 미소를 나누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