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불태운 아크테릭스

자본에 팔린 아웃도어 브랜드의 자기 모순

by stephanette

난데없는 아크테릭스의 히말라야 불꽃쇼를 보고


히말라야의 불꽃, 아크테릭스의 자해극

히말라야의 하늘은 오래도록 인간의 손길을 거부해왔다.

그곳은 신들의 침묵이 머무는 공간이자, 인간이 감히 발을 들일 수 없는 최후의 설원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고요한 산맥 위에 불꽃놀이가 터졌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가 연출한 이 장면은, 스스로를 부정하는 한 편의 자해극이었다.

자연과 교감한다는 철학을 외쳐온 브랜드가, 가장 취약한 생태계 위에서 폭죽을 터뜨렸다.

광활한 설원은 스펙터클의 무대로 전락했고, 그곳에 살고 있던 모든 생명은 연출의 희생양이 되었다.


자본의 손에 팔린 브랜드 철학

아크테릭스는 더 이상 캐나다의 브랜드가 아니다.

오늘날 그것은 중국 안타스포츠가 지배하는 Amer Sports의 일부다.

이 구조적 변화는 단순한 소유권 이동이 아니라, 문화와 마케팅, 가치관의 전환을 의미한다.

자연에 대한 존중보다 중국이 열광하는 '규모, 화제성, 스펙터클'이 우선되는 새로운 질서가 들어섰다.

히말라야의 불꽃은 그 상징이었다.

시장의 환호를 얻기 위해, 브랜드는 자기 철학을 불태웠다.


스펙터클의 환영

불꽃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적이다.

아크테릭스가 보여준 것도 그 이상이 아니었다.

SNS를 장식할 영상 몇 초를 위해, 수백 년에 걸쳐 회복될 수밖에 없는 자연을 소모했다.

비주얼은 찬란했을지 모르나, 그 대가로 잃은 것은 신뢰다.

환경적 책임을 외면한 스펙터클은 결국 자해적 행위일 뿐이다.


철학의 공허함

브랜드의 언어는 늘 비슷하다. 자연, 교감, 신뢰.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 말들이 공허한 구호임을 드러냈다.

소비자는 브랜드의 말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들이 기억하는 것은, 행동이다.

히말라야의 불꽃은 말과 행동의 간극을 영원히 각인시켰다.


주식과 생태계, 두 개의 하락선

히말라야의 생태계는 복원에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아크테릭스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 이후, 모기업 Amer Sports의 주가는 단기간에 수조 원이 증발했다.

숫자의 하락은 언젠가 회복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무너진 신뢰는, 불에 그을린 설원처럼 오래도록 상처를 남길 것이다.


위기 관리의 실패

만약 즉각적인 해명과 책임 있는 대응이 있었다면,

'실수였다'는 여지라도 남겼을 것이다.

그러나 침묵과 애매한 태도는 오히려 불신을 키운다.

자기 정체성의 훼손은 짧은 시간에 일어나지만,

예전의 아크테릭스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는 것은 요원할 수 있다.



아크테릭스의 불꽃은 단순한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자본에 팔린 브랜드가 자기 철학을 배신하는 순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진정 지켜야 할 것은 찰나의 불꽃이 아니다.

그 불꽃이 떨어지는 눈, 바람, 하늘,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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