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습작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여전히 같은 시간에 일어났다.
새벽이다. 밖은 겨우 건물의 형체가 보일만큼 어둡다.
애사비 식초를 섞은 얼음물은 목구멍을 싸하게 타격한다.
잔을 받쳐둔 나무 접시를 축축하게 적시고 있다.
냉장고의 모터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나무가 짙은 색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보다가 불현듯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기로 했다.
손잡이 주변부터 변색되어 가는 화장실 문의 페인트
언젠가는 예전처럼 무광 아이보리 페인트를 칠하게 될 것이다.
세면대에는 뭔지 모를 희뿌연 자국들이 어지럽다.
그다지 바라본 적이 없어서 모르고 있는 새,
스테인레스 수전은 광택을 잃고 물방울 자국들이 겹겹이 쌓여 있다.
직장을 그만 둔 그 날부터
집안은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쌓인 설거지, 빨랫감이 넘쳐 흐르는 바구니, 풀어헤쳐진 택배 상자들
화장실의 타일 모서리는 연한 핑크색으로 덫씌워져
곰팡이 냄새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샤워기의 금속 호스에서 스며나온 물방울이 떨어진다.
툭 툭 툭
바닥에 작은 조각이 움직인다.
검고 꿈틀대는 집게 벌레이다.
슬리퍼를 신은 발로 모서리를 공격한다.
미동도 없다.
쓰윽 휴지를 문질러 휴지통에 버린다.
휴지통의 안에서
습하고도 부패한 냄새가 흘러나온다.
거울을 본다.
거울 아래 경계선은 황금색 같은 갈색의 얼룩이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선명하지 않다. 아마 세면대의 희뿌연 자국들은 거울도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거울 속의 내 얼굴은 화장실과 닮았다.
아마 오랫만에 나를 만난 동료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아니, 퇴색된 나를 알아볼 것이다.
그러니 과거의 나는 없다.
*사진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