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서 하는 옛날 이야기

1970년산 호텔과 자연산 해송

by stephanette

택시를 타고 가면

해당 지역 이야기를 듣기 좋다.

특히 그 지역에서 오래 살고 연세가 지긋하신 분이면 더 좋다.


딱히 내가 뭔가 질문을 하진 않는다.

옛날 이 지역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택시 기사는 신나서 이야기 보따리를 꺼낸다.

나는 그런 수다가 좋다.


부산 김해에서 양산 인근 신도시 지역 개발 이야기부터

부산에서 신도시가 갖는 위상을 서울과 인근 지역으로 비교해서 완전 귀에 쏙쏙 들어온다. 일타 강사라도 되는 양 나는 빠져들고 추임새를 넣는다.


1970년대에 만든 동백섬의 조선 비치 호텔

그 위치는 지금도 압권이다. 도무지 개발 허가가 불가한 곳에 호텔이라니.

그리고 그 일대의 바다 소나무들의 숲과

지금 남은 소나무의 자취를 이야기해주길래 신나게 사진 촬영을 했다. 비가 안오면 차를 멈추고 내려서 사진을 찍었겠지만 비가 오면 게을러진다. 지역의 옛 이야기들을 취재하러 다니는 이들이 세상 제일 부럽다.

뒤에서는 일행들이 잠에 빠져있다.


요즘은 광안리에 그다지 관광객이 많지 않다면서

저녁에 젊은이들이 저렴한 회를 먹으러 간다고 한다.

민락 회센터를 추천한다면서.

부산 여행에서 회를 먹은 적은 없다.

역시 부산에서 자란 나는 회는 ’아나고’ 밖에 모른다.

어릴 적 네살이었나, 작은 고모는 나를 무척 좋아했다.

아이가 없었는데 그래서 늘 야시장을 데려가거나

서면의 극장에 심야 영화를 보여주었다.

밤의 번화가를 애정한다. 9시만되면 강제 취침을 해야했던 나에게 고모와의 외출은 자유 그 자체였다.

극장 앞엔 리어커들이 불을 밝히고 줄지어 늘어서 있고 수백개의 미니어쳐 도자기 동물 인형들이 마음을 빼앗았다.

”하나 골라봐봐. 고모가 사줄께.“

그 말에 아무리 쳐다봐도

수채화의 농담이 살아있는 도자기 인형이라니

오리와 토끼 그 수많은 아름다움 중에 선택하는 것은 마치 죄악처럼 느껴졌다.


어느날 하얗고 처음 맛보는

오독오독하면서 고소하고 슴슴한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 맛을

고모가 가져왔다.

나중에 그게 뭔지 물어봤다.

네살이었나.

“하얗고 빨간 것에 찍어먹고 한글자의 이름”

그게 아나고 회에 대한 나의 표현이었다.

그러니 내게 회는 아나고 밖에 없다.


그러나 일행이 있으니 뭐 내 맘대로 하긴 어렵다.

아나고 회를 제외하면, 본격적으로 쓰끼다시에 흰살생선 회가 등장하는 음식점은 왜 가는지 이해가 잘 안된다.

흰살 생선이 아닌 회는 매우 사랑한다.


빗소리 파도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작은 고모 생각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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