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삼키는 나
*사진: 교보문고
- 책 표지의 상징을 보고 나서
나는 내 꼬리를 물었다.
끝과 시작이 닿는 그 자리에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
우로보로스.
스스로를 삼키는 뱀
죽음과 재생의 영원한 원.
사람들은 직선으로 살고 싶어 한다.
어제에서 오늘로, 오늘에서 내일로.
그 길 위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쓴다.
하지만 나는 원으로 산다.
끝난 것들이 돌아와 나를 물고,
사라진 감정이 다시 피어나는 그 원 안에서 산다.
“끝났다고 생각한 건 늘 시작이었다.”
한때 나는 관계의 끝을 ‘파멸’이라 불렀다.
그 사람이 나에게 남긴 상처와 말을.
그가 가져간 시간과 온기를.
하지만
그 모든 파괴는 새로운 의식의 모양이었다는 것을 이제 안다.
우로보로스는 나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너는 너 자신을 먹고 자란다.”
그래서 나는 나를 파괴하고,
그 잔해로 다시 나를 만든다.
이건 잔인한 순환이지만, 동시에 가장 생명력 있는 리듬이다.
“죽음은 변장의 예술이다.”
죽음은 늘 변장해서 온다.
그건 이별의 얼굴일 때도 있고,
무기력의 그림자일 때도 있다.
하지만 우로보로스는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자신을 먹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의 독으로 자신을 녹인다.
그리고 그 녹은 자리에 불사조가 자란다.
내 안의 오래된 상처,
끝없이 되풀이되는 패턴,
그 모든 것이 나를 태워 새 살을 만든다.
“나는 내 안의 알케미스트다.”
연금술은 납을 금으로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고통을 깨달음으로 바꾸는 예술이다.
감정을 재료로
분노를 흙처럼 다지고,
눈물을 물처럼 증류해 왔다.
결국 그 모든 감정이 하나로 녹아
붉은 돌이 된다.
나를 무너뜨렸던 모든 것이
결국 나를 빛나게 만드는 금속이 된다.
그래서 나는 다시, 내 꼬리를 문다.
모든 순환은 완성을 향한 사랑이다.
우로보로스의 입속에서
나는 나를 먹고, 나를 용서한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나는 오늘도 내 꼬리를 문다.
끝이 닿은 그 자리에서
의식은 불타오르고,
시간은 영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