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탈출의 날

드디어 그날이 도래하였다.

by stephanette

호텔 뷔페를 좋아하는 것도 젊을 때 잠깐이다.

어쨌든 왔으니 열심히 먹는다.

뭔가 먹다가 아쉬운 메뉴를 가지러 가기 귀찮다.

전투적으로 먹는다. 어차피 몇 번의 방문 이후엔 다들 질려하는 나이가 될 것이라 믿는다.


뷔페는 대화하기 껄끄러운 직장 동료팀과 회식하기 적절한 장소이다. 깊이 있는 대화를 원한다면 룸이 있는 일식집이 좋다. 너무 심각한 이야기로 흐를 수도 있으니 균형을 잡긴 해야 한다. 시끌벅적한 고깃집은 고기 굽기를 자처하면 얌전히 굽기에 집중하며 시간을 때울 수 있다. 대충 중간중간 열심히 먹는 척을 하면 그다지 쓸데없는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니, 개인 여행에서 뷔페는 진짜 모순된 조합이다.


종지에 담긴 고노와다가 최애이다.

고노와다는 성게 내장이다.

일행은 고노와다가 비린내 나는 아보카도 같다고 한다.

그럴 리가.

모든 회와 대게 집게살을 고노와다에 찍어 먹는다.

홍자몽과 용과를 실컷 먹는다. 그리고 끝.


인당 십만원이 넘게 내고 먹기엔 가성비가 상당히 떨어진다.

절대적인 음식 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미 경험한 것에서 오는 익숙함은 기대감을 줄여버린다.

다행히 나오는 길에 이제 뷔페는 안 와도 될 것 같다고 한다.

쿠우쿠우랑 비슷하다나. 이런. 그 정도는 아니라고.


어쩌면 어른이 되기 전에는 미지의 세계로 남겨둬야 할 음식점들이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감자탕을 처음 먹어보고

어른이 되고 나서야 곱창전골이라는 음식이 있는 줄 알았다.

엄마는 쇠고기가 아니면 고기가 아니라는 주의였다. 그렇다고 한우를 구워 먹는 앵겔지수가 높은 집도 아니었다. 그러니 밥상에서 닭이나 돼지고기는 거의 본 적이 없다. 외식도 거의 한 적이 없다. 끼니마다 칠첩반상을 차려내는 엄마인지라 불만은 없다. 미지의 세계가 넓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처음 보는 음식과 그 흥분되는 설렘. 아주 나이가 많이 들고 나서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먹어보고도 같은 만족도를 주는 음식점이 있다는 건 진짜 멋진 일이다.

이제 아이들의 입맛에서 뷔페는 졸업하는 날이다.

멋지군. 뷔페 졸업식이라니.


이제 뭘 먹지?!

백합이라도 사다 조개탕이라도 끓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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