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도 안 돼서 열대바다가 사라졌다. 바닷물이 차다.
비가 그쳤다.
비 오는 바다는 적적해서 나름의 그 맛이 있다.
태양이 작렬하는 열대 바다이다.
온갖 외국인들이 다 있다.
해외를 온 것도 아닌데
해외여행 같다.
뭘 해도 상관없는 기분이다.
숏팬츠에 반투명 티를 입고 쪼리를 신고 돌아다닌다.
어차피 나를 아는 이도 없고
있어봤자 다들 외국의 집으로 돌아갈 이들이다.
그래서 여행이 좋다.
바닷물은 차다.
물속의 모래는 물결처럼 작은 기복이 있다.
울퉁불퉁한 밭이랑을 가로질러 걷는 기분이다.
고랑에는 작물 대신 조개껍질들이 있다.
조개껍질 수확을 한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갖가지 조개껍질들
식탁 위를 한동안 장식할 아이들이다.
힙합 그루브 재즈를 들으며 바닷바람을 맞는다.
수십 개의 연이 일렬로 하늘을 가로질러 펄럭인다.
이상하게도 수줍은 외국인 청년들이 물놀이 중이다.
비키니를 입은 백인 여성들의 무리가 우르르 물에 들어가더니 바로 나온다.
이미 해운대 해수욕장은 폐장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캔 맥주를 경쾌하게 따서 마시고 취하기로 한다.
제로 맥주다.
갈매기가 날아가고
유람선이 지나가고
제트스키의 굉음이 전속력으로 달린다.
인파 속에 하나 둘 해안 가게의 불이 켜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