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마차도의 시, ‘자화상‘을 읽고
“대장간에서 그 검을 두드린 기술이 아니라,
그 검을 휘두른 인간의 숨결.“
안토니오 마차도는 자신의 시를
마치 선장이 검을 남기듯 남기고 싶다고 한다.
시는 기교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살아 있는 마음으로 벼려진다는 선언이다.
언어를 ‘세공’하지 않고,
살아낸 감정과 통찰로 ‘단련’한다.
기교가 아니라 존재의 울림으로 쓰는 시인이다.
자화상
- 안토니오 마차도
내 유년기는 세비야의 안뜰 기억으로 가득하다.
가을이면 레몬이 익던, 여름의 햇살 속 정원.
내 청춘은 카스티야 지방의 스무 해쯤 되는 세월,
내 역사라 부를 만한 것은 돌고 돌아
이제는 회상할 의지도 없는 몇 번의 굴곡뿐.
나는 유혹하는 자가 아니다.
돈 후안도, 카사노바도 아니었다.
옷차림도, 마음가짐도 그들과는 달랐다.
큐피드가 나를 겨냥해 화살을 쏘았을 때,
나는 맞았고, 견뎠다.
그러나 나는 결코
친절한 마음으로 주어진 것 이상을 바라지 않았다.
내 혈관에는 혁명을 일으킬 만큼 뜨거운 피가 흐르지만,
내 시는 한 번도 혼탁한 샘에서 솟은 적이 없다.
나는 교리문답을 외우며 세상을 설교하는 시인이 아니고,
내 마음이 선하다고 감히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선함’이 진심이라면
나는 그 부류에 속한다고만 하리라.
나는 ‘최신 유행의 백조들’이 아니다.
세련된 시어로 떠드는 그 무리,
혹은 달을 향해 비명을 지르는 시인들과도 다르다.
나는 잠시 멈춰 서서
메아리 속에서 진짜 목소리를 가려내려 한다.
그리고 그 모든 목소리 중 오직 하나 —
진실한 소리에만 마음을 둔다.
나는 낭만주의자인가, 고전주의자인가?
글쎄, 모르겠다.
다만 나는 내 시를
마치 선장이 자신의 검을 남기듯 남기고 싶다.
그 검은, 휘황찬란한 장식 때문이 아니라
그 바람을 가른 손의 힘으로 기억되기를.
단단한 망치질의 기술이 아니라,
그 바람을 울리게 한 인간의 숨결로 기억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