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길의 잔치국수
“죽으려고 했어.”
그가 한 말이다. 수십년 전에 잠시 친했던 이.
그런데 가는 길에
잔치 국수집이 있었거든.
재래시장에 늘 가던 집이야.
국수 냄새에 배가 고파져서
국수부터 먹자 했지.
어차피 죽을거 국수라도 먹겠다고.
그런데
너무 맛있어서
죽을 생각이 사라졌어.
그래서인지
맛집 순례를 하고 있다.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런건 이미 지나갔다.
세상 어딘가에 맛집이 있으면
그 기억이 다른 누군가에게 남아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기운이 나지 않겠나 싶다.
맛집 기행에
반응이 시큰둥한 일행들은
예전에 와서 먹었던 메뉴와 순서를 다 기억하고 있다.
나중에라도 나는 수많은 이들의 뇌리에 남아있을테고
내가 죽으면
그 가는 길에
그 수많은 이들의 추억과 기억 속의
그들의 감정까지
하나 남김없이 생생하게 리플레이할 것이다.
살아온 시간만큼의 복기의 시간
좋았던 것도
힘들었던 것도
고통그러웠던 것도
그러니 분하고 억울하고 고통스럽다면
그들도 그걸 다시금 살아야할테니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도 될 것같다.
그리고 아름다운 기억들은
사람들의 추억 속에 숨쉬고 있을테니
그리 억울한 삶도 아니다.
행복한 기억이 없다면
어쩔텐가. 이제라도 만들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