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에고의 인형놀이

한바탕 자신을 꾸며대는 놀음

by stephanette

*사진: 릴리시카, 해운대 경관


사랑은 에고의 인형놀이.

망상과 착각과 상상으로

한바탕 자신을 꾸며대는 놀음.


그는 나의 인형이고,

나는 그의 인형이다.

우리는 서로의 손끝에 실을 걸고

마음이라는 무대 위에서 흔들린다.


그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

그건 그 상상 속 ‘나’를 사랑하는 일이고

내가 그를 그리워할 때,

그건 나의 욕망이 투사된 ‘그’를 붙잡는 일이다.


사랑은 이렇게 시작된다.

현실보다 더 정교한 허구,

진심보다 더 달콤한 거짓.

그 안에서 우리는 잠시나마

진짜가 된 착각을 누린다.

살아있음을 느끼고자 하는 에고는

헛된 바람으로

스스로를 부풀게 하고

무의식의 어둠을 덕지덕지 덧칠해 나간다.


울고 있는 내면 아이는

고통의 챗바퀴를 무한히 돌고

그 바퀴는 관성을 더해

파멸로 질주한다. 굉음을 내며


그리고 결국은 속도를 이기지 못한 무대는

삐그덕거리며

나사들을 풀어낸다.


제대로 불타지 못한 조각들은

사방으로 날린다.

파편은 중력보다 더한 속도에

아프다.


인형의 실이 풀린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건

사랑이 아니라

한낱 에고의 놀음이었음을


에고는 비웃는다.

아니, 순수하고도 티 한 점 없는

기쁨의 미소를 짓는다.

악마처럼 순진한 얼굴을 하고서.


사랑이 끝나면

남는 건 관객 없는 무대,

그리고 조용히 서 있는 ‘나’뿐이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비로소 진실이 깨어난다.

누군가의 인형이 아닌,

온전히 나로 존재하는 사랑.


그건 더 이상 놀이가 아니다.

사랑이 아닌, 자각이다.



사랑은 인형극에서 시작해,

자각으로 끝난다.


에고가 만든 무대

그 조각들을 모아 불태운다.

연기가 맵다.

눈물이 난다.


그제서야

우리는 비로소 진짜로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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