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재래시장 골목, 노홍만두

서점을 가는 날엔 책을 들고 만두를 먹는다.

by stephanette

어릴 적 중국집에서는

직접 만든 군만두를 팔았다.

요즘은 만두를 직접 만드는 곳은

화교들이 하는 곳이거나 참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집에서 스테인리스 찜기들을 높이 쌓아놓고

찐만두를 파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국민학교 때,

아빠는 교보문고에 언니와 나를 데려가서

오전 내내 책 구경을 시키고 자습서를 사주었다.

서점을 들리면 어김없이

경복궁 근처 중국집에서 찐만두를 먹었다.

높이 쌓여있는 반짝이는 은색 찜기들을 지나서

높은 계단을 한참 올라가면

비밀스러운 지령처럼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만두 찜기가

차곡차곡 쌓인 채 배달이 되어 온다.

척 척 척

찜기를 내려놓으면 손만두들이 눈앞을 가득 점령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나의 땅이다. 그 황홀함.

하얀 김에 흐려진 찐만두.

그래서인가 어릴 적 책을 읽는 것은 즐거운 일이라 각인되었다. 뒤적거리며 서문을 읽어보던 서점 구경도

굳이 교보까지 가서 아빠가 사주던 자습서를 푸는 일조차.

자녀 양육을 위한 아빠만의

고도의 전략일지도 모른다.



화교식 만두의 재래시장 버전이다.

슴슴하고 담백한 칼국수 국물에

주문을 하면 바로 면을 만들어서 끓여주는 균일하지 않은 두께의 칼국수면

조개칼국수는 담백하고도 시원한 바다맛이 스리슬쩍 지나간다. 어릴 때엔 늘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맛인데

이제는 모든 음식들이 화려하고 달고 자극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만나기 힘들어졌다.


만두피도 화교식 만두의 특징처럼

두께가 균일하지 않고 손으로 쥔 모양이 드러난다.

속은 돼지고기와 부추들이 만두피와 혼연일체 되어 있다.

마치 점도 높은 그 만두는 원래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이.

입 안에서 돼지기름의 느끼함과 부추의 약한 알싸함이 어우러진다.


채친 양파와 얇은 오이에 간장이 함께 나온다.

만두를 찍어 먹는 간장은 따로 있지만

오이양파와 함께 만두를 먹으면

혹은 그 아래 간장에 만두를 찍어 먹으면

상큼하고도 시원한 오이향에

눅진한 만두의 고기맛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균형감 있다.


만두는 주문을 받자마자 빚기 시작한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은 자연스레 대화를 멈추고

김이 피어오르는 소리를 듣는다.

아이들은 조개 칼국수의 냄새를 기억할 것이다.

아마도 훗날 그 냄새를 맡을 때마다 나처럼

그날의 책, 아버지의 목소리, 그리고 시장의 김 냄새가

한꺼번에 떠오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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