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는 고통과 희열이 동시에 작동하는 감정이다. 1

복수심을 해결하는 방법은 희열을 실현하는 것일까?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복수심은 다른 감정들과 다르다.

복수는 두 가지 층을 갖는다.


과거 상처에서 나오는 고통

그리고 미래 응징에서 나오는 희열


그러니, 복수는 명과 암이 동시에 공존한다.

과거의 상처가 남긴 고통은 채워지지 않는 결핍이다.

미래의 응징을 상상하며 얻는 쾌감은 예측된 보상이다.

이 둘이 동시에 작동하는 것이 복수다.


즉, 복수란 시간 축을 횡단하는 정동(affect)이다.


1. 상처는 결여와 불공정의 감정적 흔적을 남긴다.

손실이나 굴욕, 분리 등의 고통은

아물어야 하는 상처이며

그 자체가 정서적 회복의 대상이다.


2. 미래의 응징에서 오는 기쁨은

응징을 상상하는 순간 우리는 ‘다시 주도권을 잡는다’는 환상을 맛본다.

통쾌함, 우월감, 해방감

이 예측적 보상은 도파민 체계와 결합해 행동 동기를 강화한다.

복수의 상상은 보상 회로를 자극함으로써 실제 행동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러나 실제 행동을 하기 전에 우리는 멈춘다.


이 명암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일까?

그 해답을 책에서 찾고 있다.

이미 수많은 석학들은 깨달음을 얻고 우리에게 알려주고 있으니.


복수심의 고통과 희열, 이 둘은 왜 함께 다니는 걸까?

과거의 상처는 트라우마·신경계의 습관으로 남아

같은 장면을 반복 재연하려는 충동을 만든다.

동시에, 응징의 상상은 보상을 약속하여 그 반복을 강화한다.

복수는 그래서 단순한 ‘화’가 아니라,

나의 존엄을 회복하려는 정체성적 욕구다.


어떤 심리학자는 분노를 잠재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복수를 실현하라고 했다.

심리학자가 복수를 하라고 허용해 주다니,

듣기만 해도 상당한 쾌감을 주는 말이긴 하다.


그러나, 당장 복수를 실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노를 넘어서서 응징으로 가는 길은 매우 위태롭다.

분노는 자칫 잘못하면 정의의 균형을 넘어서서 가해로 달려간다.

그 선을 잘 지키기란 쉽지 않다.


복수의 밝은 면은 존엄의 회복이다.
“내가 부당하게 무너졌던 세계를 다시 세우겠다”는 의지,
“나도 힘이 있다”는 자기 확인의 감정.

이건 단순히 상대를 벌주겠다는 게 아니라
존재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본능적 행위이다.
복수는 “생명력이 자기 약화를 거부하며 다시 힘을 되찾으려는 시도”이다.
그 순간 분노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의 운동이 된다고도 믿어진다.

사실, 이런 믿음이 진실인지 상당히 궁금하다.


하지만 복수의 어두운 면은 바로 ‘동일화’이다.
복수의 쾌감이 절정에 이를 때
그건 이미 상처를 준 자와 같은 구조로 진동하는 상태이다.

(물론, 복수심은 자신에게 국한된 피해에서 비롯되는 것도 아니고, 상대가 없는 피해들도 일어난다.

인간관계에서 발생하는 복수심에 대한 예시이다.)
복수의 순간, 나는
‘상대가 나를 통제했던 방식’으로
‘상대를 통제함으로써 쾌감을 얻는’ 존재가 된다.

즉,
내가 혐오하던 바로 그 힘의 방식이 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복수의 순간, 우리는 승리자가 아니라
상대가 남긴 패턴의 재현자, 상대의 의지의 반복자가 되는 것일 수 있다.

모든 수단과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서 복수할 수 있다.

도베르만처럼 물고 놓지 않는 길고 끈질긴 복수.


그러나, 복수심이 일어난 상황을

아무리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본다고 해도

그것은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에서 해석된 결과물일 뿐이다.


복수를 다루는 선택지를 여러 철학자들에게서 찾으면 세 가지이다.

조건적 용서

무조건적 용서

무조건적 사랑


이런 책은 인기가 없을만하다.

분노와 정의, 복수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글쎄,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 마샤 누스바움, 분노와 용서를 읽고



의지가 표상으로 변하는 순간,

욕망은 사유가 된다.

- 쇼펜하우어



당신이 복수의 충동을 바라볼 때,

그 순간 복수는 더 이상 행동이 아니라, 사유가 된다.

의식이 그 욕망을 품는 순간,

당신은 그 욕망의 주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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