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의 붕괴와 복수의 환상
*사진: Unsplash
분노는 '정의'의 감정이 아니다.
'불균형에 대한 반응'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피해를 입었다고 느낄 때,
'균형 회복'을 명분으로 복수를 원한다.
그러나 이 복수는 '새로운 불균형'을 낳는다.
그러니 복수를 하는 것은 '끝나지 않는 악순환을 생성'하는 것이다.
복수는 문제 해결이 아니라 심리적 불안의 외부 투사에 불과하다.
분노는 상대의 잘못보다,
'자기 안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다.
즉, 내가 상처받았다는 감각이
자기 통제력의 상실로 이어질 때 발생한다.
그러니 강력한 분노가 느껴진다면,
그것이 어디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쓸데없는 에너지로 상황을 더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철학자 햄프턴에 따르면 "분노는 자기 안정성을 잃은 사람이 내적 균형을 회복하려는 시도"이다.
따라서 복수의 욕망은 도덕적 정의라기보다는
'자존감의 회복 욕망'에 더 가깝다.
실제로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해야하는 것일까?
복수를 통해서 상대에게 상처를 준다고 해도, 자신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는다.
다만, 그럴 것이라고 믿을 뿐이다.
진정한 회복은 상대를 해치는 데서 오는게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직면하고 이해하는 데서 온다.
그리고, 정의의 구현,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한 활동들로 변환할 수 있다.
자신이 입은 피해가 외부에서 판단하는 '사회적 위치'에만 국한된다면
복수는 상대의 지위를 격하시키는 일이니
상대적으로 자신의 지위는 올라가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피해는 자신의 내면이 입은 상처이다.
내면이 공허하거나 불안정한 이는
외부의 잣대에 기대어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그리고 단기간의 만족감은 장기간의 더 큰 공허함과 악의 순환고리를 만들어 낸다.
지위를 잃은 자의 불안정성에서 나온 복수심은,
결국 자신을 더 불안하게 만든다.
분노는 균형을 잃은 자의 신호이다.
복수는 그 균형을 회복시키지 못한다.
진정한 정의는, 내면의 평형을 되찾는 데서 시작된다.
- 마사 누스바움의 『분노와 용서』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