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애니 감상 - 약사의 혼잣말

한여름 웃자란 잡초처럼 그녀는 급하게 성장해 버렸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 애니메이션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약사의 혼잣말'은 원작 웹툰이 있는 넷플릭스 제공 일본 애니메이션입니다.


결핍의 뿌리

- 사랑받지 못한 아이는 두 방향으로 자란다.

정서적 방치나 학대 속에서 자란 아이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세계를 해석한다.


“사람은 결핍의 방식대로 자란다.

어떤 이는 피터팬처럼 시간 속에 멈추고,

또 어떤 이는 마오마오처럼 장마철 잡초처럼 자라난다.”


1. 이 애니의 주인공인 '약사'유형 - 현실을 냉정하게 보고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행동을 지연하는 지성적 자아

2. 피터팬 유형 - 약사와 대비되는 캐릭터로,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성장을 거부하는 상상적 자아


둘 다 생존의 전략이다.


피터팬 - 상처를 부정함으로써 영원을 얻은 아이

피터팬은 부정의 천재이다.

그는 상처받은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자라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자기 현재와 미래를 봉인해 버린다.

그는 성장을 상처와 동일시한다.

그래서 어른이 되는 것은 곧 다시 버려지는 일이라 믿는다.


이 아이는 감정의 왕국에서 산다.

그곳은 마법 같고, 슬픔이 허락되지 않는다.

현실과의 접점이 사라지는 순간,

그의 마법은 점점 효력을 잃는다.


후에 그가 어른이 뒤면

자신이 놓친 세계 - 사랑, 상실, 슬픔

그 모든 현실의 감정들을 처음으로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놓쳐버린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그제야 깨닫게 될 것이다.


"피터팬은 성장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상처를 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시간 속에 멈춘 자다."


약사 - 인생의 짠맛 쓴맛을 압축적으로 대면하고 그 상처를 지혜로 봉합한 어른

이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마오마오 같은 '약사'형 인물은

고통을 회피하지 않는다.

그녀가, 물에서 건져 올린 시신을 아무런 반응 없이 직시하는 것처럼

그녀는 이미 그런 것들은 너무 일찍 정면으로 경험해 버린 사람이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기보다 해석하기 시작한다.

감정의 홍수를 이성의 언어로 번역함으로써

자신을 지켜낸다.

시간적 지연 속에서

그녀는 다른 이에게 반응하기보다, 혼잣말을 하기를 선택한다.

그래서 이 애니의 제목은 '약사의 혼잣말'이다.

칼 융이 말한 조숙한 의식의 형성,

즉 무의식의 억제에 의한 생존이다.


그녀는 고통을 통찰로 바꾸고

궁전으로 들어간다.

그곳의 황후, 후궁, 환관, 관리들은 집단무의식의 폐쇄계와도 같다.

질투하는 아니마, 권력을 탐하는 그림자,

그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그들의 내면 차원의 수준에 걸맞은 행동을 한다.

순진무구하게도 집단 괴롭힘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

자신의 아이가 죽었음에도 시녀들에게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후궁,

가장 사랑하는 이의 가장 소중한 것을 자신의 손으로 파괴해 버린 시녀,

회차마다 새로운 사건들이 등장한다.

그들 속에서 주인공 마오마오는

범인을 추리하고 알아낸다.

그러나 그 답을 말하지 않는다.

어째서 말하지 않는가?

냉정하고 비열한 현생을 이미 어릴 적부터 봐왔음에도

아니, 그러기에 그녀는 연민을 갖고 있다.

자신의 말 한마디가 누굴 살리고 죽일 수 있는지 너무나 그 무게를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마오마오 즉, 약사의 '혼잣말'은 그녀가 가진 '힘'이자 '지혜'이다.

17살인 그녀는 어떻게 그런 힘을 갖게 되었을까?


그녀의 엄마는 최고의 기녀였다. 대화 상대이자 예술가.

그리고, 수많은 남자들을 비교하고 저울질하다가 그 아빠를 점찍는다.

의도적으로 플러팅을 하고 결혼을 계획하고 몰래 임신을 한다. 계산된 사랑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남자의 유학으로 인해 그녀의 인생을 건 작업은 실패로 돌아간다.

임신을 하고 출산까지 한 최고의 기녀는 지위의 강등, 창녀가 되는 길로 몰락한다.


그녀의 아빠는 기녀와의 하룻밤 이후, 유학을 간다.

3년의 유학 후 그가 돌아왔을 때, 수북한 편지를 통해 그녀의 근황을 깨닫게 된다.

편지에서 손가락이 두 개 나온다. 어른과 아이의 손가락.

그 편지에도 소식을 받지 못한 그녀의 엄마는 갓난아이였던 마오마오를 죽이려고 했다.

손가락을 자른 것도, 유아 살해 시도도

잠깐의 감정적 분노가 아니라,

체제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냉혹한 연산이다.


마오마오는 이 비극의 산물로 태어났다.

아버지의 죄는 무지이다.

그는 알지도 못한 채, 한 여인과 자식을 외면했다.

어머니는 신분 상승을 꿈꾸다 실패한 패자이다.

마오마오는 사랑의 실패가 낳은 지성,

혹은 욕망의 잔해 위에서 피어난 관찰자이다.

그래서 그녀는 독극물을 애정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그녀는 독을 맛보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에 주근깨를 그려가며 여성으로 보이기를 거부한다.


마오마오가

사랑을 경계하는 이유는,

기방에서의 성장 과정을 통해 수많은 사랑의 어두움을 보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계획된 엄마의 사랑조차, 우연과 운명으로 인해 그녀의 인생 전체를 파괴해 버린다.

여성적 아름다움과 비방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지워버린다.


"사랑은 독이다. 그러나 그 독을 해독하는 방법은,

다시 인간을 이해하는 일뿐이다. "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는 '진정한 사랑'을 이미 실천하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범인을 찾아내고도

그들에 대한 연민을 갖는다.

그리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다.

정의를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범인들이 가야 할 곳으로 가도록 하는 지혜.

죽음의 경계를 애정하면서도

그녀는 사랑이 남긴 잔여 독을 해독하는 일을 한다.


혼잣말은 사랑의 균형이다.

'약사의 혼잣말'의 가장 깊은 층위는

"사랑의 결과를 알면서도

다시 인간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마오마오는 그 질문 앞에서 침묵을 선택한다.


그녀의 침묵은 무감각이 아니라 사랑이다.

그녀는 심판하지 않고,

다만 그 부작용을 조용히 치유한다.

치유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냉정한 이성과 연민 그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는다.



"그녀는 부모의 비극으로부터

독극물에 대한 사랑에 눈을 떴다.

그녀는 스스로 감정의 해독제를 만들었다.
그리고, 해독제를 세상에 처방한다.

그녀의 약은 병을 고치지 않는다.
다만 인간이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아픔을 견딜 수 있게 한다."



우리는 피터팬과 약사 마오마오 중 어느 길로 가고 있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분노, 사랑, 복수 등 감정의 미성숙한 표출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