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 뒤의 허탈함에서 벗어나는 방법

복진타락의 순환과 근원적 생명력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첫째가 어릴 적

앞니가 흔들린다고 했다.


이미, 그냥 두어도 금세 빠져버릴 상태였다.

할머니는 실을 꺼내와 아이의 이마를 톡 치기 전까지

한참 동안 웃으며 놀아주셨다.


아이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엉뚱한 질문과 농담에 혼이 쏙 빠진 그 순간

'톡'하는 소리와 함께

작은 아랫니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느낌도 없었는데,

빠진 이를 보고 나서야 아이는

세상 무너진 듯 울음을 터뜨렸다.


"으아앙!"


할머니는 그 아이를 품에 안고

계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여름에 열매가 자라고

가을이 무르익으면,

겨울엔 반드시 잎이 진다고.

그건 슬픈 일이 아니라

모든 생명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자연의 준비과정이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성취'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우리가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그 순간이 가장 보람되고

영원할 것만 같다.


그러나 그건 열매가 맺힌 순간처럼,

이미 떨어질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모든 성취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생명력들이 있다.

그리고 완성되는 순간,

'허탈'이라는 계절이 찾아온다.


그러니 어쩌면 성취란

결과의 환희가 아니라,

그 과정의 작은 성취감들이

추억처럼 스며드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나면

우리는 다시 새로운 성취를 찾아

달려간다.

그 생동감을 다시 느껴보고자.




복진타락(復進墮落)

복이 다하면

고통 속에서 타락하게 된다.


지은 복만큼 받아 쓰고 나면

그것이 다했을 때,

다시 또 업에 따라 떨어진다.


수명도,

부귀영화도,

쇠망의 운에 들어서면

모두 끝나게 된다.


인간의 삶에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다.

가을의 결실은

반드시 겨울의 가난함이 따라온다.

그리고 이 계절은 계속 반복된다.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

꽃은 백일 동안 붉게 피지 않는다.

그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만약 백일 동안 붉게 핀다면,

그건 이미 조화.

생명력을 잃은 모조품일 것이다.


진짜 생명력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자연의 법칙에 속한 우리는

모든 것의 끝을 알고,

성취 뒤에는 허망함을 예감한다.


그러나 새로운 성취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만은 그렇지 않기를 바라며

또다시 도약하고자 한다.


근원적인 생명력은

피고 지는 과정 너머에 있다.

그 끝과 시작의 경계에서

우리는 무상함을 배우지만,

아직 '관조'에는 이르지 못한다.



현생의 생로병사 속을 살아가는 것은

결국 카르마의 반복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끝없이 성취하고

끝없이 허무해진다.


그러나 영원히 변치 않는 것

우주의 근원적 생명력에 닿는다면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성취도 허탈함도 하나이다.

피는 것도, 지는 것도

모두 같은 진동으로 느껴진다.


그때 비로소

허탈함은 관조 속으로 흡수 된다.


그것은 초연한 무력감이 아니라,

모든 생멸을 품는

근원의 고요함이다.


성취 뒤의 허탈함은,
무언가가 끝났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근원에 닿지 못했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Black Hole S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