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잉크로 필사하고 싶은 책

‘영적 연금술 : 헤르메스의 비의. 번역과 주해’, 이호창 역 해석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영적 연금술:『헤르메스 비의, The Hermetic Arcanum』번역과 주해, 이호창 역/해설.


커다랗고 촉촉한 마카다미아 쿠키를 애정한다.

주말엔 종종 서브웨이를 이용한다.

그 한 개의 쿠키는 주말 내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조금씩 부서뜨려 입안에 녹이는 그 맛이라니.

아껴가며 먹어도 결국은 다 먹고야 마는 그런 맛이다.


그런 책을 만나면

곁에 두고 아무 곳이나 펼쳐 읽다가

다시 처음부터 읽다가

목차를 보면서 생각에 잠겼다가

한 구절을 필사하기도 한다.


최근에 그런 책을 만났다.

경건한 결혼식장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하얀 장갑을 양손에 천천히 끼고

책을 두 손으로 머리 높이 올리고,

예배를 드리는 마음으로

초와 향을 켜고

숨을 고르며 책의 구절을 읽어야 할 것 같은 심정이다.

어느 곳을 읽어도 단어 하나하나를 읽는 자체가 아깝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마치 쿠키처럼.


책의 한 문단을 옮긴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던 구절이다.


그림자란, 우리가 의식적으로 ‘나’라고 생각하는 자아상(persona)의 이면에 존재하는, 우리가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기 자신의 어두운 측면 전체를 의미합니다. 그것은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고 배워 온 원시적 본능, 이기심, 공격성, 열등감, 부도덕한 생각들로 이루어진 무의식의 영역입니다. 우리는 이 그림자를 마주하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것을 우리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는 대신 다른 사람이나 특정 집단에게 투사(projection)하는 방어기제를 사용합니다. 즉, 내가 내 안에서 가장 견디기 힘들어하는 바로 그 결점을, 나는 외부의 타인에게서 발견하고 맹렬히 비난하는 것입니다.



금을 녹여 잉크로 만들어서 필사해야 할 것만 같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의 갈등은 이런 것에서 기인한다.


그걸 몰라서 헤매거나,

무의식의 작용을 알고도 해결 방법을 모르거나,

자신이 그 폭풍우 속에서 휘말리고 있거나.


때가 되어 만난 책을

나는 아껴서 조금씩 떼어먹어가며 소화시킬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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