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고통, 그 의미에 대해서
*사진: Unsplash
만남
나는 상대로 인해 상처 입고
도저히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정신도 육체도 다 부서졌다.
그리고도
만신창이 그 몸을 끌고 잘도 다녔다.
현생을 살아가야 하니까.
고통 중에서 있으며
어둠이라는 것도 모른 채 어둠 속을 헤매었다.
수많은 회피들을 치우고
나는 상대를 보고
나를 보았다.
그의 세계는 카오스였고
나의 세계도 다를 바 없었다.
그 만남은 세상을 뒤집어 버리는
충돌이자, 해체이며, 붕괴이다.
카오스와 카오스의 접촉
그것은 균열을 만들고 각자의 세계를 뒤흔들며 조각냈다.
거리두기 그런 것들은 통하지 않는 이끌림,
그리고 다시금 붕괴
무의식의 격렬한 실험이라고 해야할까.
그는 내 안의 숨겨진 공포를 일깨우고,
나는 그 안에 잠든 결핍을 흔들었다.
서로의 상처는 각자의 불안과 두려움을 봉인했다.
서약의 입맞춤이라도 하듯이.
그 이전 과거에서부터 만들어진 트라우마와
부서진 자신에 대한 수치심, 불안감, 두려움들로 뒤섞여 있는
그 각자의 세계에서
비친 형상에
나는 그를 증오하고 미워하고 복수를 꿈꿨다.
내가 당한 것만큼
바로 딱 그만큼 산산조각 내서 부서 버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알게 된 것은
그는 나이고, 나는 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