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융(Carl G. Jung)이 고대 연금술과 인간 내면 변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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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 4단계(혹은 5단계)’는 칼 융(Carl G. Jung)이 고대 연금술을 인간의 내면 변화 과정으로 재해석한 체계이다. 그는 『심리학과 연금술(Psychology and Alchemy, 1944)』과 『Mysterium Coniunctionis(합일의 신비, 1955–56)』에서 이 단계를 자세히 다뤘다. 융의 제자 마리 루이즈 폰 프란츠(Marie-Louise von Franz)와 에드워드 에딩거(Edward F. Edinger)가 『Alchemy: An Introduction to the Symbolism and the Psychology』 등에서 이를 심리학적으로 정리했다.
니그레도 (Nigredo) — 흑화 / 분해의 단계
알베도 (Albedo) — 백화 / 정화의 단계
루베도 (Rubedo) — 적화 / 통합의 단계
시트리니타스 (Citrinitas) — 황화 / 금화의 단계
1. 니그레도 (Nigredo) — 흑화 / 분해의 단계
영혼의 어둔밤이자 붕괴와 자아 해체의 시간이다.
이 여정은 언제나 인생의 위기, 슬픔, 상실, 혼란 속에서 시작된다.
자아는 필사적으로 기존의 질서를 유지하고 살아남으려고 하지만
결국 스스로 구축한 질서의 무게에 눌려 무너진다.
한 번의 위기로 이 단계를 맞이하지 못한다면,
삶은 여러 번의 파동으로 찾아온다.
자아가 완전히 해체되는 그 순간까지,
삶은 끊임없이 우리의 문을 두드린다.
이 시기에는 억압된 그림자, 무의식의 내용이 떠오르며,
그 고통을 통해 정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인식하게 된다.
그러나 어둔밤의 한가운데를 통과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다면,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고통의 뫼비우스의 띠 속에서 질주를 반복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믿지만
그건 그저 나선형을 그리며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자아가 죽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나' 아닌 것을 '나'라고 착각하며,
그 거짓된 '자아'를 놓아버리는 것이 죽음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심리학적으로는 그림자 통합의 서막이며,
루베도를 향한 개성화 과정의 첫 문이 열린다.
이 단계는 파괴를 통해 새로운 질서가 태어나는 영혼의 화학적 반응,
즉 정신의 연금술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한 번 시작된 이상 과거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다.
고통의 어둔밤에서
우리는 삶의 새로운 지평이 도래할 것을 예감한다.
그 예감마저도 희미한 빛을 잃고 어둠으로 사라질 때, 당신은 어둔밤을 걷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