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갈등의 이유를 돌아보고, 언제쯤 미소 지을 수 있을까?
*사진: Unsplash
오래전의 일이다.
둘째가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요청한다.
세상을 다 잃은 자의 한숨을 쉬더니,
약간은 울먹이며 말을 했다.
"엄마... 언니가 너무 나빴어."
한동안 두 아이는 자주 투닥거렸다.
아무리 서로 대화를 해도
소리만 커질 뿐,
해결될 기세는 보이지 않았다.
언제쯤 나서야 할지 지켜보던 차에
아이가 먼저 대화를 요청한 것이다.
"그러게, 요즘 왜 그렇게 싸우는 거야?"
싸움의 전말을 듣고 있는데,
한참을 듣고 있어도
이상하게도 정작 '이유'가 나오질 않았다.
"그렇구나, 그런데 왜 싸운 거야?"
내가 다그치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제풀에 울음을 터트렸다.
"아아앙..."
잠시 후, 통곡 끝에야 겨우 나온 말.
"언니가.. 언니가... 옷을 안 빌려줘.
전에는 빌려줬으면서."
나는 웃음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입가로 번지는 미소를 눌러 담으며
진지한 표정을 꾹꾹 눌러썼다.
아... 세상에.
얼마나 많은 깊은 갈등들이 있는데,
너희가 치열하게 싸운 이유는 결국 '옷' 때문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그날 밤, 아이의 울음을 달래며 생각했다.
나 역시 살아오며 수없이 괴로웠지만,
어쩌면 그 모든 갈등들도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정말 깊은 싸움이 있지만,
지금의 나는 그 중 작은 것 하나로
마음을 소모하며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