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시 테노프의 『Love and Lim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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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머런스는 단순한 ‘짝사랑’이 아니다. 사랑에 빠져서 콩깍지가 씌인다고 말하는 그 상태이다. 그건 감정이 의식을 점유하는 상태, 사랑이 하나의 정신현상으로 발화되는 시기다. 이는 상사병이라고도 불리는 강렬한 반함, 강박적 요소가 있는 열정적 사랑이자 사랑의 광기이다. 리머런스는 낭만적 사랑이자 열정적인 사랑의 초기 단계이다. 테노프 교수는 심각한 상심과 개인적 위험을 경험한 이들을 만난 후 낭만적 사랑을 연구하게 되었다. 도로시 테노프는 『Love and Limerence』에서 이 강렬한 사랑의 징후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1. 마음의 침입자
리머런스는 하나의 사람(LO: Limerent Object) 이
머릿속을 점령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사람은 단순한 ‘생각’이 아니라,
침입적 사고로서 하루의 틈마다 스며든다.
문득 떠오르고, 아무 이유 없이 되살아난다.
그는 잠재적인 성적 파트너로 여겨지며,
육체적 욕망과 정서적 열망이 한 몸처럼 얽힌다.
사람이 아니라, 상징이 되어버린다.
2. 호혜(互惠)에 대한 갈망
리머런스의 심장은 “서로”라는 단어에 있다.
가장 강렬한 욕망은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상대의 응답이다.
그가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징후 하나에
세상이 확장되고,
그가 무심해 보이는 하루엔
모든 빛이 사라진다.
3. 감정의 인과가 뒤집히는 순간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내 기분이 달라진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행동을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그가 인사를 건네면 우주는 나를 축복한 것 같고,
그가 메시지를 읽고 답하지 않으면
나는 갑자기 존재의 이유를 잃는다.
리머런스는 타인의 몸짓에
감정의 리모컨을 내어주는 상태다.
4. 단 하나의 중심
리머런스는 동시에 두 사람을 향할 수 없다.
그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의식의 점유율의 문제다.
마음의 자리를 한 사람이 완전히 차지하고,
다른 모든 가능성은 흐릿해진다.
다만 감정이 희미해지거나,
아직 초기 단계일 때만
잠시 다른 이에게 흔들릴 수 있을 뿐이다.
5. 상상 속의 만남
리머런스의 세계에서는
현실보다 상상 속 대화가 더 생생하다.
그와 함께 있는 장면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짧은 해방이 찾아온다.
그건 일종의 ‘보답’처럼 느껴진다.
상상은 그를 내 곁으로 소환하는 마법이 된다.
6. 거부의 공포와 불안의 떨림
리머런스는 늘 불확실성과 함께 온다.
그 앞에 서면 말이 막히고,
가슴은 불안으로 조여온다.
거절당할까 두려워하면서도
그를 향한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그의 존재는 늘 나를
조심스럽게, 그러나 긴장된 생기로 채운다.
7. 역경을 통한 강화
이 감정은 장애물에 부딪칠수록
더 강해진다.
거리가 생기면 그리움은 불타오르고,
침묵이 길어지면 상상은 깊어진다.
리머런스는 역경을 ‘증폭의 연료’로 삼는다.
8. 의미를 창조하는 능력
그의 어떤 말, 어떤 표정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나는 매 순간을 확대하고,
중립적인 행동 속에서도
숨겨진 열정을 찾아낸다.
“그가 오늘 내 쪽으로 먼저 걸어왔다는 건,
분명 무언가 느꼈기 때문이야.”
리머런스의 마음은
그 어떤 관찰자보다 정교한 해석가다.
9. 불확실성의 통증
그와의 관계가 불확실할 때,
가슴 중앙이 아프다.
심장이 실제로 조여드는 듯하다.
이 감정은 단순히 ‘생각’이 아니라,
육체로까지 번지는 생리적 현상이다.
10. 상호작용의 부력
그의 미소 하나,
눈빛의 온도 하나가
내 하루를 들어 올린다.
그와의 교감이 분명해 보일 때
몸이 가벼워진다.
나는 공중을 걷는 듯한 환희를 느낀다.
11. 세상의 모든 배경음이 사라진다
리머런스의 세계에선
다른 일들이 모두 희미해진다.
모든 생각의 중심이 그에게 맞춰지고,
나머지는 배경이 된다.
그건 아름답지만 동시에 위험하다.
삶 전체의 무게가
한 사람에게 쏠리기 때문이다.
12. 이상화의 힘
리머런스는 LO의 장점만을 본다.
결점이 보여도 연민으로 감싼다.
심지어 부정적인 면마저도
그가 그렇게 된 이유를 찾아
긍정적인 서사로 바꾸어버린다.
그건 일종의 감정의 번역 능력이다.
‘사랑의 망원경’이자
‘이상화의 미학’이다.
리머런스는 병이 아니다.
그건 인간이 사랑을 학습하는
하나의 의식 진화 단계다.
우리의 마음이 아직 ‘상호작용의 균형’을 배우기 전,
혼자서도 사랑을 창조할 수 있는
불완전하고도 찬란한 상태.
그것이 바로 리머런스이자 낭만적 사랑의 초기 단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