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혈귀의 소설 감상, 프랑켄슈타인

인간이 가장 끝까지 외면했던 얼굴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 학생 독서 기반 토론용 기초 자료로 작성한 글입니다.

- 관련 평론 및 논문 참고

- 토론용 질문들 포함 : 기초 질문, 심화 질문 중 택1 및 그룹토론, 개인별 글쓰기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공포물이나 괴물의 이야기의 범주를 벗어난다. 소설이 다루는 핵심은 근대 인간의 조건, 타자화의 과정, 폭력의 발생 구조, 창조와 책임의 윤리, 여성을 배제한 탄생, 그리고 우리가 끝내 외면하는 내면의 그림자다. 출간 후 200년이 지났음에도 이 작품이 계속 재해석되는 이유는, 그 안에 수많은 시대적 질문들이 파동처럼 숨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회적, 심리적 문제라도 이 텍스트의 상징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까닭이다.


1. 근대 문명의 자기 비판 - 과학적 진보와 파국의 공존

Jill Lepore는 이 소설을 근대 문명의 어두운 낭만주의적 자기 비판이라고 규정한다. 계몽주의가 약속한 과학적 진보의 빛과 그 빛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동시에 품고 있다.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무한한 지식과 창조 욕망을 향해 질주하는 근대 인간의 전형이다. 그 창조물은 억눌러온 감정, 폭력, 혼돈의 회귀를 상징한다. 희망과 파괴가 함께 태어나던 시대의 초상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이다. 과학의 진보가 인간 윤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질문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2. 정전이 되는 과정 - 페미니즘과 타자성의 재발견

문학적 정전(正典)은 시간이 흐르며 사회적 인식과 학술적 관심이 축적될 때 형성된다. 이 소설은 출간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20세기 후반 페미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정체성 이론이 부상하면서 다시 중심으로 올라왔다. David Fishelov가 지적하듯, 이 작품이 문학사적 정전에 편입된 결정적 이유는 “창조–버림–폭력–책임 회피”라는 구조가 가부장적 질서와 남성성의 부재, 타자화의 문제를 읽어내는 데 결정적 렌즈가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가 억압하고 회피하던 질문들과 맞닿아 있었던 작품이, 결국 시대의 요구를 만나 재발견된 셈이다.


3.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창조와 재생산의 문제

Eileen Hunt Botting 등의 연구는 이 소설을 “생산과 재생산의 권력을 남성이 독점하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읽는다. ‘어머니 없는 탄생’이라는 설정은 여성의 재생산 능력을 제거하려는 세계의 비윤리를 드러내며, 빅토르의 도망과 회피는 가부장적 남성성이 감정을 처리하지 못할 때 폭력이 어떤 방식으로 발생하는지 보여준다. 책임을 짊어지지 않은 창조는 결국 파괴를 낳는다. 이는 단지 소설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날 가족·사회·권력 구조의 지속적 문제로 확장된다.


4. 타자성의 구조 - 사회가 만든 괴물

Nagham Kourie와 여러 연구자들은 이 소설을 “타자화(Othering)의 생산 방식”을 보여주는 고전으로 해석한다. 괴물은 본래 악하지 않았다. 그는 공포, 배제, 폭력, 조롱 속에서 ‘괴물’이 되어 갔다.

“괴물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괴물의 폭력은 선천적 악의 산물이 아니라, 외부로부터 축적된 모멸과 단절의 결과다. 이 관점은 현대 교육, 사회적 억압, 차별 구조를 비판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결국 괴물의 폭력은 사회의 그림자를 반사하는 거울로 기능한다.


5. 창조자와 피조물의 뒤집힌 관계 - 그림자의 순환

문학 분석 플랫폼 Literariness.org가 지적하듯, 빅토르와 괴물은 서로의 거울이다. 빅토르는 과학적 열망이라는 이름으로 윤리를 파괴하고, 괴물은 고통을 복사하듯 그 파괴를 되돌려준다. 둘의 관계는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자기 그림자를 통합하지 못한 인간의 파국”을 서사 구조로 드러낸다. 이 작품이 계속 살아남는 이유는, 인간의 가장 깊숙한 구조 즉, 부정된 욕망, 책임 회피, 상처의 복사를 정교하게 해부하기 때문이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이 등장하는 옛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 인간 심리·사회·정치·윤리를 교차시키는 근대적 사유의 중심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계속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이유는, 괴물의 얼굴 속에서 우리가 끝내 직면하지 못한 인간의 얼굴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6. 소설의 핵심 테마

1) 인간성 vs. 힘

괴물은 신체적으로 강하지만, 감정·윤리·공감 능력이 없다.
강함은 생존과 연결되지 않는다.


2) 창조와 책임

창조자는 피조물의 고통에 응답해야 한다.
책임의 부재는 폭력을 만든다.


3) 타자화

사회가 이해하지 못하는 존재를 괴물로 규정하며,
그 폭력은 사회 내부의 그림자를 드러낸다.


4) 고독과 분노

괴물의 폭력은 관계의 철저한 박탈에서 탄생한다.


5) 그림자의 순환

빅토르와 괴물은 서로의 부정된 자아를 반영하며,
통합되지 않은 그림자는 결국 파괴로 귀결된다.


7. 토론용 질문들


가. 인간성 vs. 힘

빅토르가 창조한 존재는 ‘강함’과 ‘인간성’ 중 무엇을 갖지 못했을 때 괴물이 되었나?

인간성을 구성하는 최소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작품 속에서 신체적 힘은 왜 생존과 연결되지 않는가?

현대 사회에서도 “힘은 있지만 인간성은 결여된 존재”의 사례를 찾을 수 있는가?


나. 창조와 책임

빅토르는 생명을 창조했지만 책임을 회피한다.

책임을 지지 않는 창조(정책·기술·관계 등)가 현실 세계에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


괴물의 비극을 만든 것이 빅토르의 “창조”인지 “방치”인지 토론해보라.

둘 중 어느 쪽이 더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창조자–피조물의 관계를 부모–자녀, 교수–학생, 국가–시민 등으로 치환했을 때

어떤 새로운 질문이 생성되는가?


다. 타자화의 구조

괴물은 처음부터 악한 존재가 아니었다.

사회가 ‘타자’를 만들어내는 과정이 이 작품에서는 어떻게 드러나는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이 괴물을 타자화한 방식과

오늘날 사회가 특정 집단을 타자화하는 방식 사이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는가?


“괴물은 타인의 시선에서 만들어진다”는 명제를 작품을 근거로 논증해보라.


라. 고독과 분노

괴물의 폭력은 무엇에서 출발했는가?

고독은 언제 ‘분노’로 전환되는가?


사랑과 인정이 최소한으로라도 충족되었더라면, 괴물의 삶은 달라졌을까?

인간에게 ‘관계’는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가?


마. 그림자의 순환

빅토르와 괴물은 서로의 그림자라고 볼 수 있다.

두 존재가 서로를 비추며 파괴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이 자기 그림자를 통합하지 못하면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가?

개인적 차원과 사회적 차원에서 각각 논의해보라.


당신이 이해한 ‘괴물’의 정체는 무엇인가?

괴물은 정말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 내부의 투사인가?


심화 토론 질문들

1> 인간성 vs. 힘: 존재론적 질문으로 확장

1. 괴물은 인간성을 결여했기 때문에 폭력적이 되었는가,

아니면 인간성이란 애초에 사회적 요인에 의해 후천적으로 구성되는가?

인간 본성(nature)과 사회적 구성물(nurture)의 경계를 재정의해보라.


2. 괴물의 ‘비인간성’은 그의 행위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그를 바라보는 인간의 판단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현상학적 관점에서 논의해보라.(후설/메를로퐁티의 타자 경험 개념 활용 가능)


3. 빅토르가 추구한 ‘힘’과 ‘지식’은 근대 계몽주의의 이상을 반영한다.

이 이상이 어떻게 개인적 파국과 윤리적 파탄으로 이어지는가?

칸트의 도덕철학 혹은 아도르노·호르크하이머의 '계몽의 변증법'과 비교해보라.


2> 창조와 책임: 기술윤리·AI 윤리까지 확장

4. 빅토르의 창조 행위는 왜 윤리적 책임의 실패로 이어졌는가?

창조자의 의도가 ‘선’이었다면 결과까지 면책될 수 있는가?

현대 기술윤리, AI 창조자의 책임 문제와 연결해 논의하라.


5. 빅토르의 책임 회피는 개인적 성격의 문제인가,

아니면 근대의 ‘창조-관리 분리 구조’에서 탄생한 시스템적 문제인가?

베버의 관료제 비판과 연결해볼 수 있다.


6. 괴물이 자신에게 부여된 폭력과 배제를 빅토르에게 되돌리는 과정은

정의의 수행인가, 또 다른 폭력의 반복인가?

복수와 정의의 경계를 논의하라.


3> 타자화: 사회이론·페미니즘·정치철학 확장

7. 괴물은 “타자(Other)”로 규정되면서 비로소 폭력적으로 변한다.

이 과정은 푸코의 규율/규범 권력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가?

“괴물화의 과정”을 권력의 생산물로 분석하라.


8. 괴물은 스스로 “나는 악한 존재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주체(Subject)와 타자(Other)의 위치를 누가 결정하는가?

레비나스·사르트르의 타자 이론으로 비교 분석.


9. 괴물의 배제를 설명할 때

젠더, 계급, 인종 구조 중 어느 것이 가장 설득력 있게 적용되는가?

프라이저·버틀러·사이드의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해 논증하라.


4> 고독과 분노: 심리분석·정동이론·트라우마 연구

10. 괴물의 내면은 본질적으로 ‘고독’인가,

혹은 고립된 환경에서 발생하는 트라우마의 전형적 반응인가?

프로이트·카렌 호나이·홀런드 등 심리학 이론과 비교해보라.


11. 괴물에게 주어진 ‘관계 박탈’은

단순한 애정 결핍을 넘어 정동적 폭력(affective violence)으로 볼 수 있는가?

정동이론(affect theory) 관점에서 논의.


12. ‘관계’가 붕괴될 때 주체의 윤리는 어떻게 변하나?

괴물의 폭력적 선택을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5> 그림자의 순환: 존재론·심리학·철학적 윤리의 교차

13. 빅토르와 괴물의 관계를

융 심리학에서 말하는 ‘그림자(shadow)’와 ‘적대적 자기(antagonistic self)’로 해석하면

둘의 파국은 어떤 구조를 드러내는가?


14. 괴물에게서 발생한 악은

빅토르에게서 “복사(reproduction)”된 것인가,

아니면 고통과 외로움이 변형된 새로운 형태의 ‘윤리적 복수’인가?

복수의 윤리와 주체성 문제를 비교 분석.


15. 주체가 자신의 그림자를 인정하지 못할 때

왜 파괴적 순환이 발생하는가?

니체의 ‘아폴로적/디오니소스적 이중성’과 비교해 논의해보라.


6> 종합적으로 던질 수 있는 핵심 질문

16. 괴물의 존재는

근대 인간이 실패해온 ‘윤리적 빈틈’을 드러낸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빈틈은 어디서 발생했는가?


17. 사회가 괴물을 만들고, 괴물이 다시 사회를 공격하는 구조는

현대의 어떤 폭력과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가?


18. 이 소설의 비극을 “괴물의 비극”이 아닌

“근대 주체가 붕괴하는 과정의 기록”으로 읽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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