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터시(ekstasis)의 경험 1

의식의 지평이 열리는 순간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나의 쏘울메이트는

명상센터의 주지스님이다.

이미지가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 별명이 붙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보는 그는

마치 밖에 시동 걸린 올블랙의 오토바이를 세워뒀을 법한

무성한 머릿결을 사자의 갈기처럼 휘날리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처럼 보인다.

훤칠하면서도 슬림한 모델 같은

흑백 카메라로 찍기 좋은 피사체이다.


아주 가끔, 만나는 이들에게서

나는 현실의 외형과는 다른 모습을 본다.

사람을 대하면 느껴지는 어떤 이미지 같은 것이다.

그는 영락없는 명상센터의 주지스님이다.

내 주변인들은

나에게 느닷없이 어떤 이미지로 각인될 때가 있다.

늘 있는 일은 아니다.


최근에 쏘울메이트가 어릴 적 꿈 이야기를 했다.


자고 있는데 몸이 약간 떠올라.
몸은 침대에서 자고 있고,
나는 떠 있는 상태로 이동하는 거지.
그렇다고 지면에서 많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야.
밤이 되면
나는 떠오르고,
마구 돌아다녀. 거리를
그리고 돌아오면 내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어.
어릴 때, 그런 꿈을 자주 꿨어.


자각적 유체이탈에 대해서 물어본 것은 아니다.

궁금하긴 했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아, 그래? 나도 어릴 적 꿈속에서 달리는 꿈을 많이 꿨어.

그러다가 하늘을 날기도 하고, 건물 위에 공중부양하기도..."


이런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들을 대수롭게 한다.

그래서 쏘울메이트와의 대화는 상당히 편하다.


유체이탈을 해본 적은 없다.

꿈일기를 많이 쓰다 보니,

요즘은 깨어 있을 때

기억나지 않던 꿈의 장면이 스쳐 지나갈 때는 있다.

그 정도이다.


황홀경(ekstasis)에 대한 강연을 듣다가 생각해 봤다.

유체이탈은 아니지만, 황홀경에 대한 경험들은 몇 번 있다.


대학 때였다.

수녀님이 가르치는 성서공부에 참석하러 매주 꼬박꼬박 서강대를 갔다.

가끔은 건물 옥상에서 노을을 바라보기도 했다.

나트 막 한 언덕배기 같은 기복 위에 있는 낮은 건물은

그 높이와는 상관없이 주변이 탁 트여서

모든 공간이 다 하늘이었다.

붓으로 흩어버린 듯한 양떼구름 사이로 변해가는 노을을 올려다보다가

갑자기

탁!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마음속에서 스며 나와 모든 하늘과 공간을 다 채워버렸다.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그 깊은

그 어떤 두려움도 고통도 없는 순수한 행복감

시간이 멈추고

나는 가득 찬 그 물질 속에서 머물렀다.

'황홀경'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그 순간은

그 순간 속에서는 영원했다.



그 엑스터시의 경험 이후,

나는 세상에서 조금 멀어졌다.

너무 좋은 것을 맛보고 나면

다른 것들은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꼭 맞는 안경을 쓰고 선명하게 보이던 세상인데

갑자기

안경을 잃고 흐려진 눈으로 바라보는 기분이랄까.

새로 안경을 맞추러 가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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