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회학의 기본 명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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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라스 루만은 '법의 사회적 기능'에서 법은 '의미 체계 간의 충돌을 조정하는 작동 체계'라고 정의했다. 즉, 개인의 내적 의미 세계와 상대의 그것은 그 인식 체계 자체가 서로 통역 불가한 고유 세계이다. 루만에 따르면 법은 이 둘을 "제3의 코드"로 번역하여 '사회적 현실'을 만든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의 세계는 번역되지 않지만, 법은 그 번역을 강제하는 기제다.
막스 베버는 '법 사회학'에서 개인의 "가치해석적 진실"은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못하다고 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기 이해(self-understanding)를 통해 스스로를 항상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가해자는 항상 자신의 세계에서는 정당한 자다. 이것은 베버의 사회적 행동론에서 나온 핵심이론이다.
실재와 실제는 다르다. - 현상학과 정신분석의 구분
후설은 인간이 접촉하는 것은 세계 자체가 아니라 세계의 '지향된 현상'이라고 했다. 각자의 퍼셉션은 절대적으로 개인적이며, 두 사람의 "세계-의미"는 구조적으로 어긋난다. 그래서 상대의 실제는 그의 세계의 구성물이고, 나의 실재는 나의 의식 구조의 심층이다. 이 둘은 같은 사안을 두고도 다른 세계를 본다.
라캉은 세미나 XI: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에서 이렇게 말한다.
실재(the Real): 언어화되지 않은, 충돌하는 진실
상징(the Symbolic): 법, 제도, 규범의 언어
상상(the Imaginary): 개인의 환상, 자기서사, 자아보호
법은 상징계의 언어를 사용해서 각자의 상상계에서 구성된 세계를 현실적으로 조정한다. 즉, 법률가는 실재를 상징으로 번역하는 사람이다.
분쟁은 퍼셉션의 충돌에서 발생한다.
분쟁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지각된 현실(perceived reality)의 충돌에서 생긴다.
따라서 두 세계의 충돌은
무엇이 실제인가?가 아니라
누가 자신의 세계를 현실로 밀어붙일 수 있는가?의 싸움이다.
이때 제3자가 개입해야 분쟁이 소멸된다. 이 제3자의 역할이 바로 법률가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법이 그 역할을 한다.
번역자로서의 법률가 - 법해석학
한스 게오르그 가다머는 '진리와 방법'에서 말한다. 모든 이해는 해석의 사건이며, 해석은 전제(viewpoint)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다. 여기서 법률가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이해지평을 융합(fusion of horizons)해야 한다. 이를 통해 법적 현실이 만들어진다.
로널드 드워킨은 '법의 제국'에서 말한다. 판사 혹은 법률가는 단순한 규칙 해석자가 아니라 "최선의 해석으로 공동체에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자"이다. 즉, 도덕, 사실, 감정, 의도를 모두 고려해 "이 사건은 공동체의 법적, 윤리적 맥락에서 무엇인가?"를 새로 구성한다. 그래서 드워킨은 말한다. "법률가는 분쟁 당사자의 이야기를 하나의 '권리의 이야기'로 번역해야 한다."
어째서 법률가만이 그 간극을 번역할 수 있는가?
그는 양측의 언어를 동시에 이해한다.
그는 개인적 서사를 법적 구조로 변환할 수 있다.
그는 감정, 무의식, 심리, 서사를 객관적 '사실구조'로 재편한다.
그는 상상계 즉 환상과 상징계 즉 법을 연결하는 해석자로 훈련된 존재다.
개인의 지각된 진실(perceived truth)과 법적 진실(legal truth) 사이의 간극은
해석자의 hermeneutic translation 없이는 조정될 수 없다.
이것은 법의 제국이 아니라
의식의 제국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족
hermeneutic translation이란
번역은 A언어에서 B언어로의 단순 변환이다.
hermeneutic translation은
한 인간의 세계를
다른 인간이 이해 가능한 세계로 옮기는 것이다.
한 인간의 세계는 그의 세계관, 감정, 경험, 지각, 과거 등으로 구성된다.
즉, 말이 아니라 세계전체를 번역하는 기술이다.
산산조각난 텍스트, 모호한 문장, 서로 다른 지평을 '해석을 통해 이해 가능하게 만드는 학문'이 바로 해석학(hermeneutic)이다.
그러니 hermeneutic translation은
상대의 내면 세계를 해석해
공유 가능한 의미로 재구성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러니 법률가의 판단에서 '진실'을 그대로 기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각자 말하는 진실은 사실상 상처, 방어, 무의식, 신념, 기억 왜곡, 자아적 정당화로 구성된 지각된 세계(perceived world)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법률가는 반드시 이 과정을 수행해야 한다.
당사자의 언어를 듣는다.
그 언어 뒤의 감정, 의도, 경험 구조를 해석한다.
해석된 세계를 법의 언어로 번역한다.
둘 사이의 세계관 충돌을 '한 세계의 이야기'로 만든다.
이것이 hermeneutic translation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