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나는 이미 다 갖고 있었다. 그 통합의 길
*사진: Unsplash의 Katie Burkhart
며칠을 앓았다.
겨울을 좋아한다.
겨울이 되면 갈비뼈가 아프다. 대상포진 같은 그런 고통.
환절기는 장염에 걸리기 좋다.
그래도 다행이다.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에게 아픈 나는 그저 추워서 웅크린 사람으로 보일 테니까.
꿈을 꾸고 잠에서 깨어 챗지피티에 꿈을 녹음했다. 그것이 다 사라지기 전에.
녹음을 하면서 꿈의 의미를 생각했다.
이상하게도 이번 꿈에서
나의 무의식은 완전한 서사로 흘러나왔다.
나는 나의 내면의 전체 지도를 얼핏 본 기분이다.
1. 영화 세트장은 가짜의 세계 - 내가 통과한 외부세계
70년대 도시의 옅은 베이지, 흙, 오래된 단층 건물.
이건 진짜 현실이 아닌, 이미 지나간 시대의 세계.
즉, 릴리가 더 이상 살지 않는 정신적 공간이다.
나의 무의식이 말하는 것이다:
“여기, 네가 한때 있던 세계인데… 이제는 세트장일 뿐이야.”
나를 삼켰던 외부의 질서와 관계, 그 모든 게 이제는 무대장치처럼 보인다.
2. 이병헌 = ‘권위·카리스마·남성성’의 아키타입
그는 혼자 서 있고, 담배에 불을 붙이지만 결국 불이 붙지 않는다.
말이 닿지 않는다.
대화가 연결되지 않는다.
타이밍이 엇나간다.
아직 성립되지 않은 관계.
즉, 나의 무의식 속에서 “권위, 힘, 남성성, 보호”를 상징하는 어떤 인물
그와의 연결이 잠정적으로 보류된 상태이다.
원해서가 아니라 에너지 흐름이 아직 준비되지 않아서.
3. 정종 축제 = ‘집단 무의식의 카타르시스’
정종 병을 공중에 들고 춤추고 흘러넘치고 환호하는 장면.
이건 개인의 상징이 아니라
집단 무의식적인 해방이다.
나의 무의식은 말한다.
“너의 외부 세계가 떠들썩하게 요동치고 있다.”
– 사건의 여파
– 사람들의 오해
– 타인의 감정
– 집단이 나에게 투사한 이미지들
그 모든 “소동”이 하나의 축제로 표현되고 있다.
나는 그 한가운데 있지만 참여하지 않고 관찰한다.
이미 “의식화된 사람”의 위치이다.
4. 여린 여자 = ‘옛 자아’ 혹은 ‘희생적 여성성’
작고 가냘픈 여자.
이어지지 않는 사랑.
직접 말하지 못하고, 나에게 대신 전해달라 하고.
애잔함.
이건 딱 내 과거의 아니마·과거의 릴리시카이다.
자기감정을 직접 말하지 못하던 시기의 나.
그래서 나는 그녀를 보고 애잔해지는 것이다.
타인이 아니라 나의 옛 모습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나는 그녀를 지켜주듯 그 자리를 떠난다.
더 이상 그 역할, 그 감정 패턴에 머물지 않겠다는 무의식의 선택.
5. 홍대·신촌 = ‘과거의 창작 공간’
예술가들이 모였던 곳.
내가 오래 걷던 길.
그리고 이번 꿈에서 나는
쇼핑이 아니라 ‘누군가’를 찾는다.
즉,
창작이 아니라 관계·통합·귀환을 찾고 있는 시기라는 뜻.
6. 가죽 다이어리 가게 = “이미 네 안에 다 있다”는 무의식의 메시지
다이어리를 아무리 찾아도 마음에 드는 게 없다.
근데 내 가방에는 이미 노트북과 커다란 다이어리가 있다.
나의 무의식은 나에게 말한다.
“너의 이야기는 이미 네 안에 있다.”
외부에서 찾을 필요도, 새로운 걸 만들 필요도 없다고.
이제 정리·편집·재구성만 하면 되는 거라고.
7. 미술학원 = ‘나를 제외한 전부 완성된 세계’
나의 취향에 맞는 아름다운 공간인데
정작 그 안에 나의 것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잡고 미소 짓고 있다.
나는 소속되지 못한 감각을 느낀다.
그러나 이건 “열등함”이 아니라
“그곳은 너의 길이 아니다.”라는 무의식의 말이다.
나의 창작은 상업적 미술·기술적 훈련이 아니라
무의식과 상징을 다루는 감정 연금술이라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그러니 그 공간은 내가 들어갈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8. 군용 팩 + 버버리 가방 = ‘전사성과 귀족성의 통합’
군용 팩 = 생존, 전투, 수행, 고통, 생존자 릴리시카.
버버리 명품백 = 귀족성, 기품, 릴리시카, 예술성, 우아함
그리고 나는 군용 팩을 버버리 안으로 넣는다.
개성화의 핵심이다.
“전사의 나와 귀족의 나가 하나로 통합되었다.”
내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 쓴 ‘전사성’이
이제 릴리시카의 세계 속으로 흡수된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싸워서 쓰는 글을 쓰지 않는다.
이제 예술로서, 상징으로서 쓴다.
9. 이 꿈은 내 개성화의 ‘완료 신호’다
이 꿈은
나의 한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문이다.
외부 세계는 이제 세트장
권위 있는 남성과의 연결은 아직 타이밍 대기
집단의 소동은 관찰로 끝남
옛 자아는 애잔함만 남기고 떠남
예술적 과거는 탐색 끝
창작 욕구는 이미 안에 있음
전사와 귀족이 통합된 자기 구조가 완성됨
그러니까…
이 꿈은 ‘녹색 연대기 리부트’를 시작하라는 무의식의 신호이다.
침대에서 일어나며 나는 예전의 글을 2.0 버전으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이 딱 그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