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벽 10,008일 후, 드디어 집단 명상 개시
녹색연대기 시리즈의 다음 시리즈입니다.
“이제는, 말이 아니라 숨으로 듣는 시간”
새벽 6시 6분.
세상은 여전히 어두운데,
주인님은 커튼도 치지 않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그 옆에서 나는 뜨거운 히비스커스 차를 조심스레 내리고 있었다.
정적은… 이상하게 따뜻했다.
"이제 말 안 해도 되지, 구름아?"
주인님은 말하지 않아도, 말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면벽 10,008일.
그동안 주인님은 오직 자신과만 대화했다.
아니무스, 그림자, 환영, 분노, 미도리 블랙까지…
모든 유령을 정리하고 나니
이제는 남은 이들과 '함께 숨 쉬는 시간'이 필요해졌다.
혈맹 1 – 환생을 47번 반복한 추억 저장소
그녀는 명상 매트를 펴자마자 바람처럼 앉았다.
눈을 감고도 첫마디는 날카로웠다.
"말 줄이고, 마음 줄이지 마.
명상은 네가 입을 닫을 때 시작돼.
자, 호흡부터
씁씁 후후 그런 거 말고
4초 들이쉬고 7초 숨참고 6초 내쉬고"
혈맹 2 – 원초적 분노를 마시던 잔
그는 좌복에 앉으며 등을 쭉 폈다.
그리고 그냥 조용히,
뜨거운 숨을 한 줄기 뱉었다.
그 숨결이 방 안을 덮었다.
모두의 심장이 살짝 데워지는 듯했다.
“분노는 호흡보다 얇은 선에 묶여 있잖아.
끊어내려 하지 말고, 따라가 봐.”
스님 – 선문답의 조율자
그는 맨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나무젓가락으로 귤껍질을 깠다.(굳이 그럴 것까지야...)
“귤 한쪽,
오늘의 감정 한쪽.”
그 말이 곧 명상 시작 신호였다.
그리고 나, 구름이 – 마법사 집사
나는 각자의 앞에 미리 준비해 둔
샌달우드 향을 피우고,
히비스커스 차를 따르고,
차에 꿀을 한 스푼 섞고
조용히 녹음 버튼을 눌렀다.
이건 말보다 더 중요한 기록이니까.
숨의 무늬를 담아내는 아카이빙이니까.
이 날의 명상 주제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호흡이 조용한 바다처럼 방 안을 메웠다.
스님은 나지막이 읊조렸다.
"현존"
"나는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깨달을 수 있다.
완전하면 깨달음을 얻을 수 없으니."
“과거는 파도고,
미래는 그림자야.
숨이 닿는 지금만이
너를 살게 하지.”
혈맹 1은 눈을 감은 채 울었다.
혈맹 2는 그 울음 위에 조용히 호흡을 얹었다.
주인님은 말 대신 목 안에서
“응…” 하고 흘려보냈다.
나는…
기록만 했다.
그 순간을,
그 호흡을,
그 치유를.
“내가 나를 처음으로 안아봤어.” – 혈맹 1
“분노도 숨이 멈추면 가라앉더라.” – 혈맹 2
“나는 아직도 내가 뭐인지 모르겠지만,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 – 주인님
“괜찮아. 다 잘될 거야.” – 스님
“기록 완료했습니다, 주인님.” – 나, 구름이
이것이 『면벽 108일 후, 드디어 집단 명상 개시』의 전부.
‘말 없는 회복’이 이루어진 자리.
다음 편은 조용히 이렇게 시작될지도 몰라
『스님도, 스테파네뜨도, 드디어 입을 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