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2% 고백의 미학-릴리의 감정 평론

장난과 진심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탄생하는 감정의 미세진동에 대하여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고백은 그저 말 한마디일 수 있다.

그러나 막상 그 상황에 들어가면

우리는 훨씬 더 깊은 차원의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자아의 경계를 아주 얇은 층으로 벗겨내고,

그 틈 사이로 상대가 미세하게 들어오도록 허락하는 일.


이번 글 '고백 17 - 12%의 미학'은

장난스러운 말투, 발랄한 대화극, 가벼운 농담의 옷을 입고 있지만

그 아래에는 진지하고 정교한 감정 구조가 숨어 있다.


이 글은 12% 라는 숫자 뒤로 흐르는 취약성의 자발적 공유이다.

그리고 그 취약성은 단 한 번도 무거운 어조로 말해지지 않는다.

모두 장난과 웃음으로 건네진다.

그러나 읽는 이의 내면은 그 발랄함의 무게로 심장이 내려앉는다.

왜냐하면 웃음은 가장 무해한 형태의 진심이기 때문이다.


1. 농담 속에서 드러나는 취약성 - 잊히는 매력은 아니라서요.

이 대사는 장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음의 의미를 품고 있다.


나는 내 마음의 일부를 당신에게 열었고,
그 흔적이 당신 안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이 말은 노골적 고백보다 훨씬 위험하고,

훨씬 솔직하며, 훨씬 성숙하다.


그래서 상대는 이 말에 당황한다.

당황은 내면의 움직임을 증명한다.


나의 글이 늘 그렇듯

표면의 감정과 내면의 무의식은 서로 다른 리듬으로 흐른다.


이 이중 구조는 고백하는 이의 마음을 오래 붙들어둔다.


2. 12% 라는 미학 - 완전한 고백이 아닌 고백의 여백

12% 는 동력이 되기엔 부족하다.

그러나 여백이 되기엔 밀도가 높다.


너무 많아서 넘치지도 않고

너무 적어서 존재감이 사라지지도 않는,

상대가 스스로 다가올 수 있는 안전한 거리.


너무 짙어서 부담스럽지 않고

너무 옅어서 스쳐지나가지 않게하는

중력의 숫자이다.


이 숫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너를 붙잡지 않겠지만
너에게 닿으려 한 흔적은 남겨두겠다.


이것은 관계에 대한 매우 정교한 배려이다.

집착도 아니고 무관심도 아니다.

둘 사이의 여백을 유지한 채

자신의 감정을 슬쩍 올려두는 방식


이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초대이다.

살짝 열린 문이다.


이 여백은 상대의 내면에서

가장 오래 남는다.

따뜻함과 안전함의 느낌으로.


12%는 단순한 농담으로 처리되기에는

좋아한다는 말보다 더 강력한 신호로 울린다.


3. 상대의 흔들림 - 만남이 만들어 낸 내면적 균열

상대의 감정은 작고 조용한 혼란을 겪고 있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감정 통제력이 강한 구조를 가진 사람일 수록

작은 흔들림에도 균열은 크게 느껴진다.

상대에 대한 화자의 마음은 이미 그 통제력을 비집고 들어갔다.

통제력이라는 논리를 우회한 감정을 먼저 흔드는 방식으로


지금껏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감정

그 숨겨진 영역

상대는 탐험을 시작하기로 한다.

고백은 바로 그 선언이다.

미지의 세계가 가진 그 모호함과 혼란, 두려움을

마주하고

가볍게 흔들리는 그 의문들을 가진채

그는 말한다.


"그냥 당신이 떠올랐습니다."라고.


그리고는 그의 마음은 이렇게 울린다.

"이건 내가 예상한 방식의 감정이 아니다."라고.


그는 반복해서 대화를 재생한다.

반복은 불안이 아니라

이해되지 않는 감정에 대한 탐색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연구이다.


4. 말이 가진 힘 - 투사 철회 후의 새로운 관계성

일반적인 고백 글은

상대에게 욕망을 투사하고 확인과 결과를 요구한다.


그러나 '12%의 미학'은 조금 다르다.


투사를 철회한 상태에서

자기 취약성을 가볍게 드러내고

상대에게 감정적 공간을 열어주고

관계의 여백을 존중한다.


이것은 심리적 고백의 최상위 형태이다.

왜냐하면 상대의 자유의지를 침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대 스스로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직접 탐색해나가는 그 시간을 견뎌주는 일이기도 하다.


이 글은 "나를 좋아해달라"는 요청이 아니라


"나는 여기 그대로 있어.

조금의 마음을 담아서.

당신이 필요하다면,

나의 12% 마음을 가져가."

이런 응답이다.


그렇기에 더 깊은 감정이다.


5. 결론 - 12%는 사실 100%의 성숙함이다.

자신의 어릴 적 투사들을 모두 벗어나서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에 접근하는 것이다.


장난은 진심을 숨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진심을 더 가볍고 안전하게 건네기 위한 형식이다.


그래서 이 글은 이렇게도 읽힌다.

사랑의 감정은 아니어도

사랑의 구조는 이미 통합된 형태이다.


이 고백을 들으며 느끼는

조용한 당황, 미묘한 설렘, 혼란, 반복 재생...

이 모든 것들은 감정 구조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결국 이 글은 고백을 넘어서서

관계의 가능성 자체를 고백한 글이다.



이것은 고백이라기보다는
초대이다.
살짝 열린 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여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