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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迷妄)에 대하여

릴리시카의 감정 평론 에세이

by stephanette

*사진: 릴리시카



겨울의 기침

폐 속 가득 찬 호흡

늦어버린 잎


겨울은 이미 모든 계절이 다 지나간 시점이다. 종결의 시즌.

그러니 그 기침은 목 안쪽의 점막을 찢어가며 파동을 일으킨다. 발작적인 통증.

지나온 모든 시간들의 기억은 그렇게 아직도 생채기를 내고 있다.


나가버린 기침은 필연적으로 들숨을 만든다.

고통스러운 호흡은 차곡차곡 폐 속에 쌓인다.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누적된 기억들은 결국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덮친 고통은 끝끝내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가을에 다 져버린 낙엽들을 따라가지 못한 하나의 잎사귀

과거는 그렇게 현재를 흐리게 만든다.

무엇을 찾는지도 모르는 채 헤매는 동안

겨울이 되고도 떨어지지 못한 잎사귀는 낙엽이 될 생각이 없다.

그렇게 머물고자 하는 가을과 여름과 봄

그 기억들은 겨울의 종결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아니, 벅찬 호흡은

이미 내보냈어야 할 감정들

그 마지막을 번개처럼 인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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