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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찾으면 달라지는 것들

삶은 자기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어릴 적 연애를 생각해 봤어.

내가 너무 아파서

나는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벅찼어.

그래서 상대를 볼 여력은 없었어.

그러니 당시의 나는 회피형의 이기적인 인간이었지.


그러나 '생존'은 다른 무엇보다 최우선 과제잖아.

감정이 흘러넘치지 않게

찰랑찰랑한 잔을 조심조심 옮기다 보면

그것만으로 녹초가 되어버리니까

다른 것들에는 관심을 가질 여력이 없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내 안의 구조를 세우는 일이

삶 전체의 우선순위였던 것 같아.


이제는 많은 시간을 살아왔고

수많은 일도 겪었잖아.

그래서

나는 과거도 미래도 없이

그저 지금-여기를 살려고 해.


세상이 조금 더 친절해지고

나는 조금 더 가벼워졌어.

어린 시절 아무 생각 없이 놀던 그때로 돌아간 것처럼

그래서인가

여유가 생겼어.

그리고 이제는 다른 사람들이 잘 보여.


다른 사람들이 어째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지

아무런 판단 없이 그저 바라보게 되는 그런 여유말이야.


자기 자신을 찾으면

용량 자체가 커지는 걸까?

예전엔 내 감정을 관리하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다면,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수많은 감정들은 유한해.

어쩌지 못해서 눌러뒀던 그것들은

스쳐 보내면 어느 순간 줄어들고 사라지니까.

어릴 때 그 당시엔 나 자신도 그런 걸 믿지 못했지만.

내가 바라보고 싶지 않은 나의 모습들을 나는 끌어안아주고 있어.

그래서,

나 스스로 무게 중심이 잡힌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어.


이제는

누군가가 기댈 수 있는 안전지대로

더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상대를 보면서도 흔들리지 않고

상대의 감정을 받아도 휩쓸리지 않고

과하게 해석하지도 압박하지도 않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가능하고

경계를 지키면서도 열린 상태로


나는 나를 찾게 되어서,

이제야 비로소

진짜 관계가 가능해졌어.


이곳에 오기까지

내 곁에 있어주었던 수많은 인연들에게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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