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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대하여 3

나의 감정은 사거리 건널목에 효수되어 걸려있다.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나의 감정은

기요틴 칼날에 댕강

고통만 삭제된 채,

16차선 사거리 건널목에

효수되어 걸렸다.


죽이고 또 죽이는 게 가능할까?

그래.


나를 알지 못하는 이들까지

그것을 자신의 목소리로 낭독한다.

매우 천천히 또박또박

끝날 것 같지 않은 건조한 목소리는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발긴다.

매우 천천히 또박또박


나의 내밀한 감정은

모르는 이들에 의해

마치

절차나 규칙이나 조항처럼

그렇게 드라이하게 읽힌다.


그곳에는 감정은 없다.

아니, 삭제된다.


감정이 삭제된 감정은 그렇게

사람들이 무심하게 지나가는

잿빛 하늘 아래

빛바래고 찢긴 깃발처럼

색채를 잃고 나부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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