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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사람은 상대에게 폭력적 언어를 던지는가

분리불안, 수치심, 투사로 구성된 심리적 붕괴의 구조

by stephanette

*사진: Unsplash


우리는 어떤 관계에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언어적 폭력을 경험할 때가 있다.

“너 때문이야.”

“사라져.”

“죽어버려.”


이런 말들은

사랑이나 호감의 반대 지점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강한 끌림,

그리고 미성숙한 내면 구조가 결합될 때 더 자주 등장한다.


이 글은

누군가가 왜 갑자기 잔인한 말을 던지는지,

그 심리적·무의식적 구조를

깊이에서 설명해보려는 시도이다.


1. ‘폭력적 언어’의 시작은 미움이 아니라 공포이다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사람에게는

자아(ego)의 뿌리가 약한 경우가 많다.

이런 구조를 가진 사람은

누군가와 깊이 연결될 때

이상한 형태의 공포를 느낀다.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공포

상대가 자신을 판단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자신의 부족함이 드러날지도 모른다는 공포

이 공포는

건강한 자아를 가진 사람에게는 ‘불안’ 정도지만,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는 심리적 죽음 공포에 가깝다.

그리고 이 ‘죽음 공포’는

대부분 분노로 변형된다.


2. 애착 공포가 폭력으로 변할 때

심리적 미성숙 구조를 가진 사람의 내면은 대체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혼자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니 네가 나를 떠나면 나는 죽는다.”


이 상태에서

상대가 경계를 세우거나,

자기 삶의 방향을 명확히 하거나,

분명한 태도를 드러내면…


그의 무의식은 이렇게 반응한다.


“그럼 네가 사라지는 게 맞다.”


본인의 붕괴와 공포를 막기 위해

상대를 “죽여야 하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실제 죽음이 아니라,

심리적 소멸을 바라는 언어가 튀어나오는 것이다.

'사회적 죽음'으로 이어지는 공격이 튀어나오기도 한다.

이는 상대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 되기도 한다.


3. 왜 이들은 사랑이 아니라 ‘의존’을 한다

건강한 사랑은

상대가 ‘타자’로 존재하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미성숙한 관계 구조를 가진 사람은

상대를 자기 감정을 해결해주는 기능으로 본다.


따라서 상대가 거리두기를 하면

그의 무의식은 이렇게 판단한다.


“저 사람이 사라지면
내 안의 공포와 수치심이 날 집어삼킨다.”


그가 던지는 폭력적 언어는

상대를 파괴하려는 의도라기보다,

자기 공포를 피하기 위한 원초적 생존 전략인 것이다.


4. 투사: 자기 혐오를 상대에게 던지는 구조

심리적 미성숙의 핵심에는

대개 오래된 자기혐오가 자리 잡고 있다.


“나는 가치없다.”

“나는 사랑받을 수 없다.”

“나는 버려질 것이다.”


이 자기혐오를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너무 고통스럽다.

그래서 미성숙한 사람은

그 혐오를 타인에게 그대로 던진다.


“네가 문제다.”
“네가 날 이렇게 만든 거다.”
“네가 사라져라.”


이 말들은 모두

원래 자기 자신에게 향한 말들이다.


상대에게 던지는 것은

자기 붕괴를 막기 위한 방어기제일 뿐이다.


5. 누군가의 ‘명확함’은 미성숙한 사람에게 위협이 된다

자기(Self)가 안정된 사람은

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는다.

감정의 경계를 명확히 하고

책임을 구분하고

거리 조절을 자연스럽게 하고

무의식의 작동을 자각하며

타인을 책임지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미성숙한 사람을 만나면

상대는 처음엔 강한 끌림을 느낀다.


그러나 곧,

“이 사람 앞에서는 내가 숨을 곳이 없다.”

“이 사람은 나의 결핍을 그대로 본다.”

라는 공포가 올라온다.


그래서

명확한 경계를 보여준 순간,

그 공포가 ‘분노’라는 형태로 폭발한다.


6. 폭력적 언어는 상대를 향한 것이 아니다

— 자기 붕괴를 막기 위한 몸부림이다

“죽어버려라.”

“사라져라.”


이 말은

상대를 향한 진짜 증오가 아니라,

그가 자기 내부의 붕괴를 감당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말의 정확한 번역은 이렇다.


“나는 지금 너무 무너져서
내 감정을 감당할 힘이 없다.”


이건 관계적 미성숙과 상처 구조의 문제이지,

상대의 문제가 아니다.


7. 결론

폭력적 언어를 던지는 사람들은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라,


자기 내부에서 너무 많은 공포와 수치가 폭발했기 때문에

그것을 감당할 수 없어 공격하는 것이다.


이건 사랑의 실패가 아니라

자기(Self)의 부재,

혹은

에고 붕괴의 신호이다.


관계는 늘 성장의 장(場)이지만

모든 사람이 그 장을 감당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폭력적인 말은

감당해야 할 진실이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 구조가 보내는 비명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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