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붕괴 이후, 다시 자기(Self)의 자리로 돌아오는 과정
*사진: Unsplash
폭력적 관계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그 고통이 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몸은 이미 반응했고,
감정은 오염되었으며,
자아는 흔들렸고,
무의식은 그 경험을 ‘위협’으로 저장한다.
회복은 단순히
“그 사람을 떠났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다”
이런 사건적 단절로 완성되지 않는다.
회복은 언제나
자기로 돌아오는 길이다.
오늘은 그 과정을 단계별로 풀어본다.
1. 먼저, 그 경험이 ‘폭력’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폭력적 관계를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혼란에 빠진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그 사람도 힘들었을 텐데…
내가 잘했더라면 달라졌을까?
그게 정말 폭력이었을까?
그러나 폭력의 핵심은 상대의 의도가 아니다.
폭력은 언제나
내 존재의 기반을 흔드는 방식으로 온다.
내 감정이 무시되고
내 리듬이 침범되고
내 경계가 무너지고
내 자아가 붕괴되는 느낌
이런 경험이 있었다면
그건 이미 폭력이다.
회복은
경험의 이름을 정확히 붙이는 순간 시작된다.
2. 그 사람의 문제를 “내 책임”으로 착각하는 패턴을 멈춘다
폭력적 관계를 겪은 사람들은
특히 감정적으로 깊은 이들은
상대의 감정과 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떠안는 경향이 있다.
“그가 왜 그랬을까?”
“그도 힘들었겠지…”
“내가 도와줄 수 있었을까?”
그러나 회복의 첫 걸음은
이것이다.
“상대의 상처는 상대의 것이다.
나는 그 상처의 해결자가 아니다.”
우리는 누구의 혼돈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3. 내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다시 ‘분리’한다
폭력적 관계는
감정의 경계를 파괴한다.
상대의 불안, 분노, 결핍, 공포가
내 감정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자기감(Selfhood)은 흐려진다.
회복은
감정의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건 그의 감정이다.”
“이건 나의 감정이다.”
“이 둘은 다르다.”
이 분리가 일어나야
자아의 윤곽이 다시 돌아온다.
4. 몸을 회복시키는 작업을 먼저 한다
폭력적 관계 이후에는
몸이 먼저 손상된다.
호흡이 얕아지고
근육이 긴장하고
잠이 깨어지고
가슴이 조이고
위장이 무너지고
신체 감각이 무거워진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통찰이나 명상도
효과가 없다.
몸이 안전하다고 느껴야
마음도 안전을 회복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신체적 안정이다.
깊은 호흡
따뜻한 물
햇빛
규칙적 리듬
몸의 미세한 감각을 느끼기
Self는 언제나
몸에서부터 깨어난다.
5. 경계를 다시 세우는 법을 배운다
폭력적 관계를 겪은 사람들은
대체로 감정적 공명 능력이 높고
감정의 미세 신호를 잘 읽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능력은
경계가 없으면
‘재앙’처럼 작동한다.
회복은
경계를 ‘강하게’ 세우는 일이 아니라
경계를 ‘명확히’ 세우는 일이다.
내가 책임져야 할 것과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것을
분리해야 한다.
경계는 다름이 아니다.
“나는 나에게 속한다.”
이 문장을 다시 배우는 과정이다.
6. 내 안의 상처를 찾아가고, 그것을 나의 언어로 기록한다
폭력적 관계는
이미 존재하던 상처를 자극해
극단적으로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 상처를 다시 살펴보는 일은
고통스럽지만 필수적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상처를 되짚는 이유는
과거를 붙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되찾기 위해서다.
글쓰기, 기록, 정리, 말하기는
무의식을 의식으로 불러내는
가장 강력한 회복 도구다.
7. 마지막 단계: 다시 자기(Self)의 중심으로 귀환한다
폭력적 관계의 진짜 피해는
마음이 다친 것이 아니라
자기(Self)의 중심이 흔들린 것이다.
그리고 회복의 진짜 의미는
“이제 그 사람을 잊었다.”가 아니라
“나는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는 나의 감정과 리듬을 지킬 수 있다.”
“나는 내 선택의 주인이 되었다.”
라는 경험이다.
다시 중심을 되찾는 사람은
더 이상 과거의 상처를 살아가지 않는다.
그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그건 내가 나를 잃어버렸던 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다시 돌아왔다.”
결론
폭력적 관계에서 회복하는 방법은
가해자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회복은
자기(Self)를 되찾는 여정이며,
경계를 다시 세우는 의지이며,
감정의 소유권을 되돌리는 작업이며,
몸과 마음의 공간을 되찾는 것이다.
회복은 오래 걸리지만
그 과정에서 인간은
이전보다 더 단단하고,
더 명확하며,
더 자기다운 존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