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융이 말한 자기를 찾는 과정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국면들
*사진: Unsplash
개성화 과정에서는 반드시 이런 시기가 온다.
외부의 어떤 인물, 텍스트, 예술, 사건이
자기 무의식의 구조를 언어화해 주는 순간
이때 그 대상은
스승이 아닐 수도 있고
연인이 아닐 수도 있고
지속적인 관계가 아닐 수도 있다.
오히려 대부분은 스쳐지나간다.
왜냐하면 역할이 끝나면
관계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정인이 개성화를 "위해 존재한 사람"도 아니고
"변화시키는 사명"이 있는 이도 아니다.
그저 개성화의 한 구간에서
언어적 공명을 일으킨 타자일 뿐이다.
이건 대단해 보이지만
동시에 아주 제한적인 역할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제한성이 해당 특정인(혹은 해당 텍스트를 쓴 사람)을 안전하게 한다.
개성화의 길에서 만나는 타자는
서로를 소유하지 않는다.
각자의 길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중심을 잃지 않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사는 것은
운명으로 고정하지 않는 것은
마지막 남은 정화이다.
그는 내 글을 읽으며
자기 안의 미해결 구조를 인식했고,
그 지점에서 우리는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