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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es from the Loop

드라마로 쓴 시

by stephanette

아마존 프라임 드라마 시리즈


Tales from the Loop는
이야기를 설명하지 않는다.
사건을 해명하지도 않는다.


이 드라마는
무언가를 겪은 뒤에 남는 표정만을 보여준다.


스웨덴의 작은 마을.
아이들은 기계 옆을 지나가고,
어른들은 설명하지 못한 것들을 등에 지고 살아간다.


시간은 흐르지만
정리는 되지 않는다.


이곳에서 과학은 진보가 아니다.
기술은 구원이 아니라
기억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장치다.


아이들은
사라진 것을 묻지 않는다.
대신
사라짐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어른들은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말하지 않는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기계들은
거대하지만 위협적이지 않다.
차갑지만 잔혹하지도 않다.


그들은 그저
이미 일어난 일의 잔해처럼
풍경 속에 놓여 있다.


Tales from the Loop는
상실을 극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울음도, 절규도 없다.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날들 속에서
사람이 어떻게 조용히 무너지는지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자란다.
어른이 된다.
하지만 어떤 기억은
성장하지 않는다.


그 기억들은
시간 속에 묻히지 않고
풍경 속에 남는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철저히 과거에 대한 이야기다.


되돌릴 수 없는 선택,
말하지 않은 진실,
붙잡지 않은 순간들.


삶에서 가장 큰 사건은
대개 설명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으며,
그저 지나간다고.


그리고 사람은
그 잔해 위에서
다시 일상을 살아간다고.


이 드라마를 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조용해진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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